법무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에 따라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의 개선과 사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000명을 상대로 9월에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사시 2017년 폐지’에 12.6%가 동의한 반면 ‘사시 존치’에는 85.4%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국민이 사시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이라고 여기고 있다. 연간 최대 2000만 원의 비싼 학비 때문에 로스쿨은 여유 있는 계층만 갈 수 있는 ‘돈스쿨’ 소리를 듣는다. 인터넷에는 로스쿨을 거쳐 판검사가 되거나 대형 로펌에 취직한 ‘고관대작’ 자녀의 명단까지 나돌 만큼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아들 로스쿨 압력’ 사건은 안 그래도 펄펄 끓는 사시 존치 여론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하지만 2009∼2011년 입학한 로스쿨 1∼3기생 중 부모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인 경우가 18.5%로 같은 시기 사법연수원에 입학한 사시 합격생들의 전문직 부모(16.7%) 비중과 큰 차이 없다는 서울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있다. 로스쿨이 생겨 법조인의 출신 대학과 전공이 다양해졌고, 취약계층의 법조계 진입도 보장돼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