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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흙수저’의 분노가 사법시험 연장시켰다

입력 | 2015-12-04 00:00:00


법무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에 따라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의 개선과 사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000명을 상대로 9월에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사시 2017년 폐지’에 12.6%가 동의한 반면 ‘사시 존치’에는 85.4%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국민이 사시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이라고 여기고 있다. 연간 최대 2000만 원의 비싼 학비 때문에 로스쿨은 여유 있는 계층만 갈 수 있는 ‘돈스쿨’ 소리를 듣는다. 인터넷에는 로스쿨을 거쳐 판검사가 되거나 대형 로펌에 취직한 ‘고관대작’ 자녀의 명단까지 나돌 만큼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아들 로스쿨 압력’ 사건은 안 그래도 펄펄 끓는 사시 존치 여론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하지만 2009∼2011년 입학한 로스쿨 1∼3기생 중 부모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인 경우가 18.5%로 같은 시기 사법연수원에 입학한 사시 합격생들의 전문직 부모(16.7%) 비중과 큰 차이 없다는 서울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있다. 로스쿨이 생겨 법조인의 출신 대학과 전공이 다양해졌고, 취약계층의 법조계 진입도 보장돼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로스쿨을 폐지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로스쿨이 있는 대학과 법과대학이 있는 대학, 또 그 주변의 이해관계가 극명해 어떤 결론을 내려도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공정하지 않다는 ‘흙수저’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사시 폐지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의 종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가 돼야 로스쿨과 사시를 둘러싼 문제도 근본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