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다시 내홍속으로]대표가 최고위-의총 추인안 부정 “개인적으로 합의 내용 찬성 못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 표결에서 대부분 기권하거나 반대표를 던졌다.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은 예산안 합의안을 부정한 셈이다. 사실상 비주류 진영과의 결별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3일 본회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문 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예산 부수법안 15건과 관련해서도 조세특례제한법, 공탁법 개정안 등 2건만 찬성했다. 나머지 13건에 대해선 기권 9건, 반대 3건, 불참 1건이었다. 사실상 법안을 거부한 셈이다.
새정치연합 의원 127명 가운데 56%(71명)가 예산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문 대표와 상당수 친문(친문재인) 의원이 이종걸 원내대표의 합의를 ‘보이콧’한 것이다. 문 대표가 안철수 의원에 이어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이 원내대표와도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불협화음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이미 노출됐다.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는 단일 대오를 끝까지 유지하며 ‘벼랑 끝 전술’로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잦은 마찰을 빚으며 지도부의 이견을 드러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안과 법률안을 연계한 새누리당의 전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점을 무겁게 느낀다”며 “3000억 원의 예비비를 누리과정으로 편성하고 야당이 동의했다는 여당의 주장은 거짓말이며 향후 보육대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 있다”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감정의 골이 깊어져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관계가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예산안 정국에 이어 ‘하위 평가 20% 공천 배제’를 핵심으로 한 혁신안 시행을 앞두고 있어 친문-비노 진영의 갈등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