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體大悲 정신 실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곳에 은신한 뒤 그의 거취가 사회적 쟁점이 됐습니다. 한때 조계사 신도회 차원에서 “나가 달라”며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정작 당사자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5일로 예정된 2차 총궐기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의 은신에 가려져 있지만 최근 불교계를 둘러싼 가장 큰 현안의 하나는 김건중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의 단식입니다.
하지만 50일째 단식하던 학생이 3일 오전 10시경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이날 현장에 있던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에 따르면 현재 병원에서 생명 유지를 위한 조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사건은 종단 내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생명의 문제입니다. 이 학생은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총장 보광 스님의 사퇴에 이어 탱화와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는 동국대 이사장 일면 스님의 퇴진을 요구해 왔습니다.
탱화 사건의 발단은 해외 문화재 반환 운동을 벌이다 환속한 혜문 거사(居士)가 경기 남양주시 흥국사에 있던 1792년 작 탱화가 일면 스님이 주지로 있을 때 사라졌다 나중 일면 스님의 측근 자택에서 발견됐다며 절도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됩니다. 일면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등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탱화는 도난당한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과 중앙승가대 교수인 미산 스님은 도덕적 책임을 느껴 최근 동국대 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다행히 이날 오후 열린 이사회는 6시간 격론 끝에 전원 사퇴하기로 결의했다네요.
제 짧은 생각으로도 생명과 바꿀 수 있는 가치는 없습니다. 특정인의 퇴진이나 정치적 요구 등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천지중생이 나와 한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자비심을 일으킨다는 의미의 ‘동체대비(同體大悲)’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비 종단인 조계종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