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애원’ 보육원생 41명 칼바람 거리로 쫓겨날판
2일 오후 부산 동구 보육시설 미애원 보일러실에서 만난 정신형 사회복지사가 난방을 위해 보일러에 장작을 넣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미애원에는 민호처럼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버려진 아이 등 41명이 살고 있다. 미애원은 1953년 9월 설립된 보육원(옛 고아원)이다. 당시 천막을 설치해 전쟁고아 30여 명을 모아 키우면서 출발했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보육원으로 지금까지 7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사회로 나갔다.
그런데 요즘 미애원 직원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언제 건물에서 쫓겨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발단은 2009년 6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보낸 한 장의 공문에서 비롯됐다. 공단은 미애원이 있는 땅(2147m²)이 자사 소유의 철도용지로 확인됐다며 ‘국유재산 무단 사용’으로 인한 변상금 부담을 요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애원은 사회복지법인이 시설 용지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시설 개·보수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낡은 시설을 고치지 못하다 보니 1층 남자 화장실은 물이 새고 장비창고는 곰팡이로 얼룩져 역한 냄새까지 났다. 아이들이 뛰어놀 체육시설이나 공부방은 아예 없었다. 조리실 앞에는 액화석유가스(LPG) 통이 위험하게 놓여 있었다. 윤영오 미애원 사무국장은 “도시가스를 설치하면 편리한데 토지 소유자가 아니어서 설치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겨울이 됐지만 난방도 나무 보일러에 의존하고 있다. 정신형 사회복지사는 “요즘은 땔감 구하기도 어려워 근처 공원에서 후원받은 폐목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목을 이용할 경우 목초액이 화로 및 연통을 막아 폭발할 위험도 있다. 그는 “2012년에 보일러를 구입했는데 아이들 생활실 전체를 덥히기엔 용량이 떨어진다”며 “도시가스가 들어오면 현대식 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애원 한희수 법인대표는 “시설이 사라지면 이곳에서 자란 700여 명은 사실상 고향을 잃게 된다”며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정부와 공단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