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국제부 기자
태국 정부는 먼저 매운 맛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을 겨냥해 똠얌꿍 맛을 맵지 않게 제공하도록 현지 음식점들에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시큼하고 향이 강한 태국음식의 특징은 살리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서구인들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이 음식을 즐기게 됐다. 똠얌꿍의 인기를 타고 태국음식은 어느덧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4대 음식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대표적 농산물 수출국인 태국은 일찌감치 자국 음식 세계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태국음식이 해외에서 애용되면 식자재 수출도 자연스럽게 늘 것이라고도 봤다.
그 결과 2002년 400곳에 불과하던 해외 태국 음식점은 2015년 1만5000곳으로 늘었다. 그렇지만 태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려면 부단한 품질 관리가 필요했다. 태국 정부는 2007년 해외 유명 태국식당을 인증하는 ‘타이 실렉트(Thai Select)’ 제도를 추진했다. 음식 맛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서비스, 푸드 스타일링, 자선 활동까지 암행 점검을 실시해 인증서를 부여한 것이다. 이렇게 인증된 음식점도 3년마다 평가를 다시 받게 했다. 현재 세계 태국음식점의 10% 이하인 1264곳만이 이 인증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2010년 한식 재단을 세우고 초대 이사장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출신 인사를 앉혔다. 대통령 부인도 한식 세계화에 팔을 걷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1만 곳을 웃도는 해외 한식당은 대부분 현지 코리아타운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다.
외국인 입맛을 배려한 현지화 작업도 더디다. 물론 일부 한식당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식에 익숙한 외국인은 여전히 많지 않다. 예산 탓할 일도 아니다. 태국 정부의 음식 세계화 예산은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적은 액수이다. 대신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하게 사업을 이어갔다. 태국음식이 해외에 퍼지면서 이 나라 식자재 수출도 연간 약 2조 원에 이르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으로 잔뜩 움츠러든 농가에 한식 식자재 수출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태국의 노하우를 한 수 배워야 할 때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