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체제로부터 탈피하는 혁명이 폴란드에선 10년, 헝가리에선 10개월, 동독에선 10주, 체코슬로바키아에선 10일이 걸렸다는 말이 있다. 1989년 소련의 손아귀 힘이 약해지면서 동유럽의 소련 위성국가들은 저마다 민주주의·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성공한 나라는 이들 비셰그라드 그룹과 발트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정도다.
▷체제 전환 성공의 비결은 급진적 경제개혁에 있다. 폴란드는 1989년 6월 총선에서 민주세력이 압승한 뒤 1990년 1월 1일 국영기업 청산, 환율 자유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한꺼번에 시장경제 이행을 선언했다.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도 마찬가지다. 점진적 개혁이 충격을 줄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적 열망이 높은 민주화 초기에 경제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개혁 반대 세력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극복이 가능하다. 가장 급진적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폴란드는 1991년 이후 연평균 제조업 성장률 9%를 기록했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