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정치권에 뿌리 내린 상도동계-동교동계
민주화를 위한 동지이자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 1980년대 당시 신군부가 언론을 검열하면서 언론들은 DJ와 YS를 각각 그들의 거주지였던 ‘동교동 인사’와 ‘상도동 인사’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집을 드나들던 ‘가신(家臣) 그룹’도 각각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로 불렸다.
1980년대 당시에는 막내였지만 지금은 새누리당 대표가 된 김무성이 대표적 상도동계 인사다. YS 빈소를 5일 내내 지키며 자신을 “YS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YS가 창당한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을 거쳐 YS 재임 기간 대통령사정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냈다.
지금은 친박(친박근혜)계의 맏형으로 김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같은 당 서청원 최고위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YS맨을 자부한다. 서 최고위원은 YS가 야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문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냈다. 김 대표나 서 최고위원은 모두 YS가 1984년 이끌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참여하면서 상도동계와 인연을 맺었다.
YS 재임 내내 손명순 여사 부속실장을 지낸 정병국 의원과 김영삼 정부 대통령비서관 출신인 이병석 이진복 의원, 이성헌 전 의원 등도 범상도동계로 분류된다.
원로그룹으로는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과 김수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박종웅 전 의원,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홍인길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 등을 꼽을 수 있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YS 임기 내내 수행실장을 맡았고 퇴임 이후에도 줄곧 YS의 곁을 지켰다.
동교동계는 김대중 정부와 함께 부침을 겪었다. 현재는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동교동계 출신 현역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 권노갑 상임고문과 함께 ‘양갑(甲)’으로 불리면서 ‘리틀 DJ’라는 별명도 얻었던 한화갑 전 의원이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면서 동교동계의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김옥두 배기선 전 의원 등도 일선에 없다.
열린우리당 의장과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문희상 의원, 이석현 국회부의장, 설훈 의원 등도 동교동계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은 친노(친노무현)계, 설 의원은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지만 이 부의장은 비노(비노무현)계에 포함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보수석을 지낸 박준영 전 전남지사, 평민당 전문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전병헌 최고위원 등도 DJ맨으로 분류된다. DJ가 1996년 15대 국회에서 ‘젊은 피’로 수혈했던 김한길 신기남 정세균 천정배 추미애 의원과 정동영 김민석 전 의원도 어느덧 당내 중진이 됐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