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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총기난사 테러 가능성… 범인 집에 수천발 실탄-폭탄

입력 | 2015-12-05 03:00:00

LA인근 도시 파티장 총격




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의 장애인 시설을 공격한 총기 난사 범인 집에서 다수의 무기가 나오고 범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범죄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14명이 숨지고 21명이 부상한 이번 사건을 잠재적 테러사건으로 보고 경찰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아 총격범 사이드 파루크(28·사진)와 타슈핀 말리크(27·여) 부부가 테러 세력과 연계돼 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테러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FBI와 경찰의 말을 인용해 총격범 부부 집에서 실탄 수천 발과 파이프 폭탄 12개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가택 압수수색 결과 돌격소총용 실탄이 2500여 발, 권총용 실탄이 2000여 발, 그리고 다른 구경의 총기용 실탄 수백 발이 나왔으며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파이프 폭탄 12개와 폭탄 제조용 물품도 다수 발견됐다. 이들이 도주에 사용한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서도 실탄 1600발이 발견됐다. 자동소총 2정과 권총 2정도 나왔는데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러드 버건 샌버너디노 경찰국장은 “범인 부부가 이번 사건 외에 또 다른 공격을 벌이려고 준비했던 것이 확실하다”며 “우리가 (추가 공격이) 일어나기 전에 막았다”고 말했다.

CNN은 복수의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남편 파루크가 명백하게 급진화돼 왔다면서 이 급진성이 이번 총기 난사의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또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인 파루크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등 지난 수년간 중동 국가를 여러 차례 방문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인 부인 말리크는 약혼자 비자를 받아 지난해 7월 미국에 입국했다.

NYT는 또 익명의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파루크가 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국 당국이 주목해 온 국내외 이슬람 급진주의자 5명과 수년 전 접촉한 정황을 수사 당국이 포착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소말리아의 알샤바브와 시리아의 알누스라 전선 등이 포함돼 있다. 알샤바브는 최근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무장단체이고 알누스라 전선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세력이다. 그러나 파루크가 특정 테러단체와 연계돼 있거나 지시를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파루크가 경찰 수사에 대비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 역시 계획된 범행임을 뒷받침하는 단서다. FBI는 범인 부부의 집에서 파루크 소유의 휴대전화들과 컴퓨터, 그리고 e메일 등을 압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하지만 파루크가 최소 범행 하루 전부터 저장된 데이터들을 고의로 삭제한 데다 비교적 최신형인 휴대전화 2대는 심하게 망가져 복구에 애를 먹고 있다. 컴퓨터 안에 있어야 할 하드드라이브는 제거돼 있었다. 수사 관계자는 “(수사 당국의) 내용 복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파루크가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직장 동료와 최근 이슬람 종교 문제로 다툰 적이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직장 동료 쿨림 스티븐스 씨는 “2주 전 (이번에 희생된) 탈라시노스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파루크와 논쟁 중이었다. 파루크는 탈라시노스에게 ‘미국인들은 이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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