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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현장속으로]기장군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놓고 갈등 심화

입력 | 2015-12-07 03:00:00


부산 기장군 해수담수화시설 전경. 부산시 제공

5일 부산 기장군청에 주민 1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이 휴일에도 불구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전날 부산시가 “7일부터 기장해양정수센터를 통한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일부 참석자는 자녀의 초등학교 등교 거부를 결의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김용호 해수담수화 주민반대 대책위원장은 “세계 어느 지역도 원전 10km 인근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두고 식수를 공급하는 사례는 없다. 이를 강제로 추진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장군에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책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기장해양정수센터는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국비, 시비, 민자 등 1954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공급 대상 지역의 일부 주민이 인근에서 가동 중인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등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1년간 가동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외부 기관에 의뢰한 수질 검증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7일부터 기장군 3개 읍면과 해운대구 송정동 지역에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루 2만4000t씩 생산해 5만400가구(11만6000여 명)에 공급하기로 했으나 일부 주민의 거센 반발로 공급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부산시는 수돗물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기존 수돗물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기장해양정수센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인 미세한 구멍을 통해 염분이나 불순물을 걸러내는 역삼투압 막 여과 방식으로 수돗물을 생산한다. 응집제 등 정수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먹는 물을 생산할 수 있어 기존 수돗물의 최대 약점인 ‘염소 소독 부산물’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

특히 부산시는 “미국 국제위생재단(NSF)을 비롯해 5개 전문기관이 79회에 걸쳐 검사한 결과 인공 방사성 물질은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안정성 논란을 일축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기장읍 통일공원에서 주민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는 주민으로 구성된 ‘기장해양정수센터 수질검증연합위원회’의 자체 검사 결과 발표도 이어졌다.

위원회 측은 “전문가에게 의뢰해 80여 차례 진행된 수질 검사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며 “방사성 물질이 단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고 먹는 물 기준에도 모두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이우수 수질검증단장은 “여러 검사 결과를 볼 때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불신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반대로 기장 바닷물의 외부 불신만 커지고 있다”며 “미역 등 수산물 수출과 횟집 운영이 큰 어려움을 겪는 등 지역 경제의 고충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기장군 주민 100여 명이 5일 부산시가 7일부터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기장군청회의실에 모여 군수 면담을 요청하며 항의하고 있다. 해수담수화주민반대대책위 제공

하지만 반대 주민들은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장군 어촌계 등 15개 단체의 지역 주민 49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가 주민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들은 부산시에 “주민 투표를 실시하자”고 요구한 상태다. 이를 위해 2일 부산시의회와 기장군의회 등에 주민 8000여 명이 서명한 서명지를 전달했다. 주민들은 또 감사원에 행정 절차상의 적절성 등을 묻는 감사 청구와 해수담수화 시설 운전 중단 가처분 신청도 검토 중이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