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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금융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입력 | 2015-12-07 03:00:00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초등학교에 한 달에 한 번씩 ‘저축의 날’이 있었다. 학생들은 푼돈이지만 조금씩 돈을 모아 졸업할 때 어린 나이에 만져 볼 수 없는 큰돈을 만들곤 했다. 저축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부모가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준다. 그러다 보니 “엄마와 결별해야 성공한다”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는 독자적인 생활력, 돈의 가치 등을 배울 기회를 부모가 청소년들에게서 뺏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어린 나이에 잘못 길들여진 사회성과 경제관념은 고치기 쉽지 않다.

유대인의 독특한 자녀 교육법은 유명하다. 특히 유대인은 돈을 관리하는 경제관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세계경제, 특히 금융계를 거의 유대계가 주름잡고 있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앨런 그린스펀부터 벤 버냉키, 재닛 옐런까지 유대계가 이어가고 있다.

유대인의 경제교육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려서부터 용돈을 관리하고 지출을 꼼꼼히 기록하게 한다. 절약하고 저축하는 습관을 체득시키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훈련이다. 다만 지금처럼 저금리가 고착화된 시대에는 더 다양한 교육과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절약하고 여유자금을 저축하는 것만으로 개인의 자산관리가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 전체적으로 금융의 기본 원칙이 삶과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한다. 금융의 기본 원칙은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리스크)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기본 원칙에 따라 어려서부터 투자에 관심을 갖고 경험하는 게 좋은 경제 공부가 된다. 개인 입장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적절한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분산,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위험과 수익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관행이 문화로 굳어질 때 비로소 금융이 경제를 리드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벤처산업 성장에 일조한 ‘요즈마 펀드’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투자 역시 어려서부터 쌓아온 유대인들의 투자 경험이 금융투자 문화로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돈을 버는 것만큼 어떻게 관리하고 투자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기가 됐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설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금융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기성세대들은 노후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멀리 보면 영어 조기교육보다 금융 조기교육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KDB대우증권은 학생들이 올바른 금융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지점 1곳당 3개 학교와 연계해 금융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한국 경제도 금융이 리드하는 선진형 경제구조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금융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그 출발은 우리 아이들에게 금융에 대한 올바르고 균형 잡힌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돈과 경제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이다. 돈을 숭배하지도, 경시하지도 않는 가치관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반이 된다. 금융이 경제와 사회를 바꾸는 시대에 우리는 입시 전쟁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