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꺾고 내년 시즌 K리그 클래식 승격을 확정한 수원FC 선수들이 원정 서포터스를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FC는 K리그 승강 PO 2연승으로 기적을 연출했다. 구덕|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결산
2015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의 승자가 가려졌다.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 PO 2015’ 2차전에서 챌린지(2부리그) 최종 2위 수원FC가 부산 아이파크를 2-0으로 꺾고 2일 벌어진 홈 1차전 1-0 승리를 포함해 합계 스코어 3-0으로 내년 클래식(1부리그) 무대로 승격했다. 경기 후 수원FC 선수들이 버스 17대를 타고 내려온 500여 원정 팬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던 순간, 기업구단 최초로 클래식에서 챌린지로 강등이 확정된 부산 선수단은 구단주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홈 관중으로부터 엄청난 야유와 물병 세례를 받았다.<편집자 주>
■ 수원FC가 보여준 ‘승리 DNA’
매 경기 결승…조덕제 감독 리더십 돋보여
수원시, 내년 예산 100억원 집행 약속 기대
● 열정의 다윗
수원FC에 ‘PO’라는 단어는 없었다. ‘매 경기가 결승’이었다. 특히 서울 이랜드FC와의 챌린지 준PO를 준비할 때의 긴장감은 대단했다. 조 감독은 “적어도 신생팀보다는 잘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고, 그렇게 됐다. 챌린지 PO에서 대구FC마저 꺾자, 수원FC 앞에는 클래식 11위 부산만이 남아있었다.
홈과 원정에 맞춰 다른 준비를 했다. 꼭 이겨야 할 1차전에선 분석, 2차전에선 자신감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조 감독은 승강 PO 1차전에서 부산의 코너킥이 0회였다는 점을 제자들에게 주지시켰다. 조 감독이 2차전을 앞두고 “그만큼 우리의 압박이 좋았다는 의미”라며 다독이자, 수원FC 선수들은 또 춤을 췄다. 2차전은 분위기부터 달랐고, 후반 2골로 승격팀의 자격을 과시했다.
● 진짜 프로를 향해!
실업무대부터 수원FC를 이끌어온 조 감독을 향해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는 “많이 부족하다”며 몸을 낮췄다. 자파, 시시, 블라단 등 용병 3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원FC 선수들이 아직은 성장 단계라는 의미다. 조 감독은 “아직 여러 가지를 챙겨줘야 한다. 훈련과 회복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수원FC의 시선은 내일을 향한다. 다시 현실이다. 매년 승격팀이 재강등됐다. 임대 복귀, 군 입대 등으로 베스트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바뀐다. 사실상의 새 판 짜기. 다행히 시 차원에서 지금의 2배인 100억원의 예산 집행을 약속했다. 나름의 알찬 보강이 가능해졌다. 조 감독은 “클래식 준비는 이제부터다. 생존을 위해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 부산 아이파크 ‘축구명문의 몰락’
경기력·의지 낙제점에 흉흉한 소문까지
기업구단 첫 강등 불명예…흥행도 참혹
부산에 2015년은 영원히 기억될 쓰라린 시간이 됐다. ‘기업구단 첫 강등’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K리그 우승팀 첫 강등’의 암울한 역사도 썼다. 부산 최영준(50) 감독은 거듭 “죄송하다”며 침통해했다.
구덕운동장은 ‘부산축구의 성지’다. 전신인 대우 로얄즈 시절, 이곳에서 4차례나 K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런 곳에서 목숨 걸린 한 판을 치렀으니…. 그럼에도 강등은 예고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정규리그 38경기에서 딱 5번 이겼고, 마지막 승리의 기억은 7월 26일이다. 승강 PO 1차전 0-1 패배로 부산의 생존 확률은 크게 낮아졌다. 올 시즌 2골 이상 넣은 것은 고작 5경기, 그나마 2승1무2패였다.
부산은 ‘대행’까지 포함해 올 들어 3명의 사령탑을 앉혔다. 윤성효 감독→데니스 대행에 이어 10월 중순 최 감독이 부임했다. 그러나 반전의 여지는 없었다. 절체절명의 승강 PO 2차전을 앞두고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유일한 변화는 올 시즌 4경기 출전에 그친 외국인 공격수 빌의 투입. “각오는 했는데 막상 와보니 (문제점이) 낙수가 아닌, 폭포수처럼 쏟아지더라”는 최 감독의 하소연은 서글프기까지 했다.
● 실패한 문화
성적이 보여주듯 부산은 프로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낙제점의 경기력에 의지도 없었다. 최 감독은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제 몫을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영건들이 기회를 잡았으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규리그 막바지부터 불편한 소문이 많았다. 몇몇 주축들의 이적 루머. 사실 여부를 떠나 팀 성적에 아랑곳하지 않는 기류에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은 당연지사.
흥행에도 실패했다. 정규리그 홈 관중은 총 6만3400여명, 평균 3300여명(전체 10위)에 불과했다. 승강 PO 2차전은 전면 무료로 개방했다. 그럼에도 곳곳의 빈 자리는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불과 6000여명이 홈팀의 강등을 지켜봤다. 축구가 부산에서 진정한 문화 컨텐츠로 인정받지 못함을 입증한 장면. 화려한 옛 추억만 되새기기에는 갈 길이 너무 먼 부산이다.
구덕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