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
‘연말정산 제대로 준비하라’, ‘세제혜택 없어지는 금융상품에 서둘러 가입하라’, ‘보험료 오르기 전 내게 맞는 보험에 들라’…. 이런 조언은 세금이나 수수료를 아끼자는 취지의 방어적 재테크다. 본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기사는 다르다. 배당을 많이 하는 주식을 직접 사든, 배당주 펀드에 들든, 자기 돈을 넣어야 한다. ‘공격적 재테크’라서 본전이 변한다.
올해는 ‘과부의 주식’에 투자할 때 예년보다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증권사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기업이 배당을 더 많이 할 가능성이 높으니 배당주 투자가 더 유망해졌다’고 하는 조언은 가려들어야 한다. 배당주라는 장미는 향기가 매혹적이지만 가시도 있다.
증권사 조언은 실세 장관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1년 반 전 내놓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세제는 기업이 당기소득의 일정 비율을 투자 임금 배당으로 쓰지 않으면 세금을 더 내도록 한 것이다. 증권사는 ‘기업으로선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를 더 하거나 인건비 부담이 큰 고용을 늘리기보다 배당을 많이 하려 할 것 아닌가, 그러면 배당수익률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다’라는 논리를 편다.
이런 논리는 1년 반 전 선보인 정책을 잊지 않고 이후 시장의 흐름을 잘 추적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기업들이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내년 초 잇따라 배당에 나서는 시나리오는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기업 자금사정을 깊숙이 따져보면 배당을 많이 하는 게 꼭 좋은 신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기업이 배당을 한다고 하면 장사하고 남은 돈으로 미래를 위한 재투자를 한 뒤에도 주주에게 나눠줄 수 있을 만큼 영업환경이 좋다는 의미였다. 배당금도 받고 기업의 주가도 오르는 이중효과를 누리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도 배당주 투자에 숨어 있는 가시다. 이른바 고배당주는 채권 가격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듯 금리 상승기 고배당주 가격도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배당을 장려하는 정책이 없었을 때에도 배당주 투자는 위험했다. 2014년 말 한 증권정보업체는 A사의 배당수익률이 4%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주가는 1만 원 정도였고 지금 주가는 그때보다 8% 정도 올랐다.
이런 정황을 두고 ‘작년 말 A사 주식을 샀다면 성공한 것 아닌가’라고 한다면 너무 결과만 본 것이다. A사가 올 초 주주총회에서 결정한 배당금은 당초 예상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배당수익률이 4%가 아닌 1%였다. 이처럼 시장에서 예상하는 배당금 규모는 주총 이후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배당 이후 A사 주가는 한때 8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실적 부진 때문이었다. 쥐꼬리만 한 배당에 주가가 폭락했으니 개미 중 상당수는 연말까지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주식을 팔았을 것이다.
배당주를 사서 배당과 시세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건 모든 정황이 기업에 유리하게 돌아갔을 때를 가정한 장밋빛 시나리오다. 배당주 투자를 하려면 ‘최근 몇 년간 배당을 계속하고 있나(배당의 안정성), 기업의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계속 늘고 있는가(성장성), 기업이 당기순이익을 계속 내고 있는가(수익성)’라는 3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배당을 받으려면 이달 28일까지 해당 기업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