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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95년만에 1면 사설 “총기규제 강화를”

입력 | 2015-12-07 03:00:00

[美 LA 총격테러 충격]“살인무기 합법구매는 국가적 수치”
美총기규제 찬반논란에 불지펴… 공화 주자들 “진보의 말장난” 반발




미국의 총기 규제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 시간) 이례적으로 1면에 사설을 싣고 총기 규제 강화를 역설했다. NYT가 1면에 사설을 실은 것은 1920년 이후 95년 만에 처음이다.

NYT는 ‘총이라는 전염병(The Gun Epidemic)’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건에서 쓰인 변형된 전투소총과 같은 무기나 탄약은 일반인 소지를 금지해야 한다”며 “그런 잔혹한 살인무기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건 국가적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처럼 엄격한 총기 규제법이 있는 곳에서도 불법적으로 총을 얻는다’는 지적이 있지만 미국은 그런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NYT 회장은 이런 사설을 실은 것에 대해 “디지털 시대에도 신문 1면은 주의를 끌어야 할 이슈를 표면화하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라며 “미국의 무능함에 대한 좌절과 고뇌를 확실히 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NYT 사설은 진보 진영 특유의 말장난”이라며 “지금 진짜 집중해야 할 일은 범죄자들을 붙잡아 감옥으로 보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기 규제로 어떻게 테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끔찍한 비극을 총기 규제 강화의 핑곗거리로 만드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일부 대학에선 총기 무장을 신변안전용으로 학생들에게 권고하고 나설 정도다. 미 최대 기독교 계열 대학인 버지니아 주 리버티대의 제리 폴웰 주니어 총장은 4일 학위 수여식에서 “총기 테러범 같은 무슬림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면 한수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의 총기 무장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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