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째주 주말 집회, 갈등전문가와 동행 취재
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앞두고 열린 범종교인 기자회견을 보며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54·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강 원장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신동아 기자로 현장을 취재했다. 본보 취재팀은 강 원장과 2차 민중 총궐기 집회 현장에 동행하며 바람직한 집회 시위 문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집회에서 주최 측은 노동관련법 개악 중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농민 고사정책 중단 및 백남기 씨 부상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다양한 요구를 내놨다. 집회장 곳곳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의원)를 석방하라”는 정치성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등의 불법 행위는 없었다.
▼ “과격문구도 사라져야 일반시민 공감 얻을것” ▼
경찰도 집회 참가자가 늘어나자 플라자호텔 앞 도로까지 집회장소를 열어주고 경찰버스 차벽을 설치하는 않는 등 유연한 대처가 돋보였다.
본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이 대학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1차 총궐기처럼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는 없었다. 강 원장은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는 시위대에 자기만족을 줄지 몰라도 일반인의 공감을 얻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청와대 탓으로만 돌리는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오후 8시 40분경 시위대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끝으로 해산했다. 주최 측이 신고한 집회 마감시간인 오후 9시를 넘지 않았다. 강 원장은 “오늘 집회는 작은 기적이 이뤄진 중요한 실험이었다”며 “종교단체가 대립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고 집회 주최 측도 최근 악화된 국민 여론을 수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집회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날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데 안도하면서도 현행 집회시위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강이슬 씨(26·여)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참가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한꺼번에 내놓아 소란스럽기만 하고 공감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윤수 씨(29)는 “일부 요구 내용엔 동의하지만 시위대가 말하는 민중이 실제 나를 포함한 국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시위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폭력 시위가 언제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호연 씨(30·여)는 “평화시위를 한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과격해 보이고 ‘그들만의 리그’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