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프랑스 극우세력의 새로운 ‘원더 걸’이 탄생했다.
국민전선(FN)의 창설자 장 마리 르펜(87)의 손녀이자 현재 당대표 마린 르펜(47)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25)이 주인공이다. 금발의 여성 정치인인 마리옹은 7일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 출마한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득표율 40.55%로 1위에 올랐다. 그는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이제 프랑스에서 낡은 시스템은 죽었다”라며 기염을 토했다.
마린 르펜 대표가 출마한 노르파드칼레피카르디의 경우 예로부터 높은 실업률과 인종분쟁 등으로 프랑스 극우세력의 아성으로 꼽혔던 곳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의 하나인 남부 프로방스 지역 알프코트다쥐르는 순전히 마리옹의 실력과 인기 덕분에 국민전선에게 넘어가 중도 좌우파 정당에게 뼈아픈 패배로 각인되고 있다.
마리옹은 파리2대학에 다니던 2012년 프랑스 동남부 카르팡트라에서 최연소(당시 22세)로 프랑스 하원에 입성했다. 정치 풋내기에 불과했던 마리옹은 한 달 전 지방선거 TV토론에서 ‘금발 저격수’ 역할을 했다. 당시 마리옹의 TV토론 상대는 2017년 대선 출마설이 도는 알랭 쥐페(72) 전 총리였다. 그는 2007년 보르도 시장부터 시작해 사르코지 정권 하에서 국방·외무장관, 총리까지 지낸 거물급 인사다. 마리옹은 노련한 ‘정치9단’ 쥐페를 상대로 그가 장관과 총리 시절 펼친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해 쥐페 후보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마리옹은 이날 토론을 기점으로 FN의 새 얼굴로 떠올랐다. 마리옹의 발언 스타일은 대중선동에 가까운 이모보다 훨씬 냉철하고 차분해 TV에 더욱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리옹은 토론에서 “우리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무슬림은 프랑스 국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사업가 남편과의 사이에서 한 살배기 딸을 둔 엄마로서 가정적이고 독실한 모습은 합리적 보수 성향의 상당수 유권자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평가했다. 르펜 대표가 여러 번 이혼을 한 인생 이력과 나이트클럽을 즐겨 찾는 취미로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좌파의 표를 끌어들이는 스타일인 반면, 마리옹 후보는 우파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끌어내 FN의 정치 지반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