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안준찬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KOVO컵에서 활약한 용동국(뒤)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용동국은 실업팀으로 옮긴다. V리그에선 유망주 육성을 위해 엔트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프로배구 엔트리 확대와 유망주 육성
군제대 안준찬 자리 위해 용동국 유니폼 벗어
엔트리 제한 18명…유망주 육성 턱없이 부족
V리그 인프라 확대 위해선 엔트리 증원 필요
최근 우리카드는 엔트리에서 용동국(24)을 제외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공시하진 않았지만, 용동국은 실업팀으로 옮기기로 했다. 7월 청주 KOVO컵 때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에 우승을 안긴 주역 중 한 명이었다. 2경기에 출전해 6세트를 뛰며 14득점을 올렸다. 배구선수로서는 아쉬운 키(186cm)의 라이트 공격수지만, 빼어난 탄력과 파괴력을 갖춰 ‘제2의 신진식’이란 찬사도 들었다. 지난 시즌 12세트에 출전해 22득점을 기록했다.
용동국은 속초고∼경남과기대를 거쳐 2013∼2014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입단했다. 프로 3년차인 그가 아직 프로무대에서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V리그를 떠나게 된 이유는 선수정원(엔트리)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18명+1명(정원 외 선수)의 국내선수 엔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조만간 안준찬이 군에서 돌아온다. 안준찬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용동국이 프로 유니폼을 벗는 것이다.
● KOVO의 출전선수 정원은 어떻게 변해왔나?
2005년 V리그 출범 당시 남자부 엔트리는 14∼16명이었다. 2007∼2008시즌까지 유지됐다. 이후 3시즌 동안 14∼15명으로 줄었다. 2011∼2012시즌과 2012∼2013시즌에는 14∼16명으로 되돌아갔다. V리그는 샐러리캡 가운데 하드캡(연봉 상한선을 반드시 지켜야 함)을 채택하고 있다.
선수 엔트리는 샐러리캡과 연동돼 움직인다. 2013∼2014시즌 엔트리는 18명까지로 확대됐고, 이후 14∼19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선수단 규모를 놓고 몇 차례 구단의 필요에 따라 엔트리 확대 의견이 나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엔트리가 늘어나면 선수단 버스가 더 필요하다”, “숙소시설이 모자라다”는 등의 이유로 증원에 반대한 구단도 있었다. 몇몇 구단은 지난 시즌까지 샐러리캡 하한선(70%)도 지키지 못했다.
이런 구단들일수록 엔트리 확대를 반대했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각 구단이 신인드래프트에서 즉시전력을 많이 뽑아 하위순번의 팀을 제외하고는 선수육성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간혹 나오더라도 상위 몇 팀에만 혜택이 돌아간다. 이제는 많은 구단이 기대주를 뽑아서 키워야 하는 ‘육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몇몇 깨우친 구단들이 그 중요성에 차츰 눈을 돌리고 있다. 육성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단들이 엔트리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 V리그 인프라 확대와 관련 있는 엔트리 증원
FA 자격 산정에 필요한 출전기록에도 제한을 둘 수 있다. 현행 규정은 매 시즌 출장(경기투입) 경기가 정규리그 전체 경기의 25% 이상일 경우 1시즌 경과로 인정한다.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의 선수가 자동적으로 1시즌 경과의 혜택을 받는데, 출전 엔트리를 줄일 경우 FA 자격을 얻기가 종전처럼 쉽지 않아진다.
엔트리 확대는 자연적으로 1·2군 제도의 탄생도 유도할 수 있다. 선수가 많아지면 구단은 즉시전력과 육성형으로 선수를 구분해 선발하고 훈련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다. 육성형 선수들은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구단의 필요에 의해 2군 경기 또는 2군 리그가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 있다. 기존의 연고지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벌어지는 2군 리그는 배구시장의 확대와 배구인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유소년배구 육성과 함께 바라봐야 하는 엔트리 문제
KOVO는 배구 꿈나무를 많이 키워내 미래의 선수로 만들어낼 계획이다. 유소년배구 육성은 집행부의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다. KOVO가 나서서 유소년을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각 구단에 메리트를 주고 자발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의 효율성이 더 높다. 각 구단에 연고학교를 선택토록 한 뒤 그 학교 선수를 대상으로 1∼2명의 우선지명권을 주고 나머지 선수는 드래프트에 나오게 하면, 대학교와 마찰도 피하면서 구단은 기대주를 조기에 확보하는 이점이 있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몇몇 구단은 연고학교 지명과 우선지명권을 제도로 보장해준다면 당장 실행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KOVO는 모든 구단의 찬성이 새 제도 도입의 기본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만일 아닐 경우에도 소수 구단의 반대가 무서워 미래를 위한 좋은 생각을 포기해선 안 된다. 지금 V리그에 필요한 것은 선수다. 미래 V리그의 성공을 보장할 슈퍼스타를 육성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 프로구단은 이를 위한 열정과 돈, 인력을 갖추고 있다. 그 마당을 KOVO와 이사회가 만들어줘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