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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그때 이런 일이] 한국대중가수, 평양 첫 무대

입력 | 2015-12-08 07:05:00


■ 1999년 12월 8일

8월25일 남북 고위당국자들이 민간교류 활성화에 합의한 이후 이산가족 상봉, 남북노동자축구대회, 개성 만월대 출토 유물 전시회 등이 진행됐다. 최근엔 남북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돼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99년 오늘,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 등 가수들이 평양을 떠나 서울에 도착했다. 3일 전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 무대에 나선 뒤였다.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는 남측의 SBS와 공연기획사 코래컴, 북측의 아태평화위원회가 주최한 무대. 젝스키스와 핑클 외에도 패티김, 태진아, 설운도, 그리고 당시 북한 주민들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사랑의 미로’의 최진희 등이 출연했다. 북한에서는 석란희, 김명순 등 인민배우와 공훈배우들이 무대에 나섰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로저 클린턴도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남한의 대중가수들이 북한에서 공연을 열기는 분단 이후 처음이었다. 그 7년 전인 1992년 8월 MBC예술단과 북한 평양예술단 주최로 러시아의 유지노 사할린스크 코스모스경기장에서 남북한 대중예술인들이 합동공연을 가진 적은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남한 대중가수의 노래가 직접적으로 울려 퍼진 건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가 첫 무대였다.

이날 무대에서 남한 가수들은 눈물 속에 자신들의 히트곡을 북한 주민들에게 들려줬다. 2000여 객석에 앉은 북한 주민들 앞에서 태진아는 ‘사모곡’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설운도는 “통일을 앞당기는 무대”라 말했고, 최진희 역시 “우리는 하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 순서에선 남북한 가수들이 모두 무대 위에 올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불렀다.

이 공연은 닷새 뒤 SBS의 특집프로그램으로 방송됐고 3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는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공연 실황을 녹화해 방송했다.

뒤이어 20일에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펼친 ‘민족통일음악회’도 같은 자리에서 열렸다. 아나운서 출신인 차인태 경기대 교수와 만수대예술단 소속 백승란의 진행으로 김종환, 오정해, 현철, 안치환, 신형원 등이 공연했다.

이에 앞서서는 그해 9월 남한의 현대 농구팀이 평양에서 경기를 펼친 데 이어 북한 농구선수단도 늦가을 남한을 방문했다. 평양 남북노동자축구대회도 열렸다. 6월 북한의 도발로 서해교전이 일어나고, 금강산 관광객이 억류되는 사건이 벌어진 뒤 이어진 민간차원의 문화체육 교류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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