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국의 위안부’를 쓴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박유하 교수를 지난달 18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들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 인정과 사과, 보상 등을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의 논쟁이 엉뚱하게 확산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제국의 위안부’는 2013년 8월 초판이 나올 때부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동안 밝혀진 사실과는 다른 서술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6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책의 일부 표현이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을 냄에 따라 법원은 올 2월 34곳을 삭제하고 판매하라고 결정했다.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다’ ‘기본적으로는 수입이 예상되는 노동이었고, 그런 의미에서는 ‘강간적 매춘’이었다. 혹은 매춘적 강간이었다’ 같은 부분이 삭제됐다. 학문적 논증 여부와 별개로 현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표현이다.
위안부 동원에 우리 내부의 협력자가 있었다는 점, 최대 20만 명으로 알려진 위안부 수치의 근거가 분명치 않은 점 등 박 교수의 견해엔 일리 있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유엔 조사자료, 헌법재판소 결정, 미국 연방하원 결의문, 일본 고노담화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박 교수의 책 내용이 허위사실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최갑순 할머니가 5일 타계하면서 이제 생존자는 46명밖에 남지 않았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로서는 할머니들의 명예감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평가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논의에 맡기고 박 교수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