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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축 못한 무역의 날

입력 | 2015-12-08 03:00:00

1억달러 수출탑 수상 기업 59곳뿐
2014년比 38% ↓… 금융위기 후 최저, 수출 세계 6위지만 경쟁국 부진 탓




올해 수출 부진으로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수출의 탑은 한국무역협회가 수출 증대에 기여한 기업에 주는 상으로, 매년 새로 실적을 달성한 기업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올해 새로 우량 수출기업군에 진입한 기업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수출 성장동력이 약화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역협회는 7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박근혜 대통령,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인호 무역협회장, 무역업계 관계자 등 1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2회 무역의 날(12월 5일) 기념식을 열었다. 모두 1328개사가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수출에 힘써온 무역인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세부 지표로 보면 수출 동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으로 드러난 ‘우울한 무역의 날’이었다.

올해 1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59개로, 지난해(95개)에 비해 38% 급감했다. 1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2008년 106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9개로 줄었다. 이후 2010년(72개), 2011년(129개)은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95개로 떨어졌다. 이어 올해는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출의 탑은 수출 실적 규모별로 총 41종이 수여된다. 올해 전체 수상 기업 수도 1328개로 지난해(1481개)보다 약 10% 줄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75개) 이후 최저치다.

무역협회는 1∼9월 한국의 수출 실적이 3968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세계 6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위는 중국(1조6641억 달러), 2위는 미국(1조1341억 달러)이다.

한국이 수출 순위로는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이는 경쟁국의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프랑스(―13.8%), 영국(―9.1%) 등의 수출 감소 폭이 한국(―6.6%)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자축보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국제경제 환경만을 탓하기에 앞서 세계경제 흐름을 꿰뚫는 글로벌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하고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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