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야당] 주승용 이어 이종걸 당무 거부… 非盧의원 14명 ‘구당모임’ 결성 중도파 ‘통합행동’도 수습책 논의… 文 ‘부패 유죄땐 제명’ 당규 제출 한명숙 내치면서 ‘혁신 드라이브’
텅텅 빈 최고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의 자리는 비어 있다. 이 원내대표와 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 불참해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며 문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거부에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주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당 ‘안전과 인권보장을 위한 대테러대책 TF’ 회의가 늦어진다는 사유를 댔다. 당무 거부다. 이 원내대표 측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는 등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이 원내대표가 최고위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노(非盧), 조직적 반격 나서다
구당모임 “文체제로는 총선 어렵다” 야권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 소속 의원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당내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비노(비노무현)계가 주축인 구당모임은 이날 “현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오후 문병호 최원식 정성호 의원 등 비노 성향 의원 14명이 ‘야권대통합을 위한 구당 모임’을 결성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함께했다. 이들은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며 “문 대표와 안 의원은 당의 분열을 막고 구당을 위한 노력에 살신성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당 모임에 참여한 한 의원은 “살신성인이라는 건 ‘문 대표의 사퇴’를 말한 것”이라며 “안 의원도 섣부른 탈당은 하지 말라는 요구”라고 했다. 안 의원보다는 문 대표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의원은 “문 대표가 (이 요구를) 안 받아들인다면 안 의원은 (당을) 나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모임이 1996년 민주당 시절 ‘당내 당’이었던 국민통합추진위원회와 같은 형태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처럼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노 진영만이 아니다. ‘문-안 연대’로 통합전당대회를 주장했던 중간지대 모임인 통합행동은 이날 모임을 갖고 문 대표와 안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9일 내기로 했다.
문 대표는 계속 침묵했다. 문 대표는 8일 오전 관훈토론회에서 혁신전당대회 수용 불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대표는 7일 오후 1시간 넘게 주 최고위원을 만나 최고위원 사퇴는 하지 말라고 설득했지만 허사로 끝났다. 대신 문 대표는 혁신 드라이브의 고삐를 강하게 죄었다. 최고위에서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는 절차를 뒤늦게 확정했다. “법원마저 정치화되고 있다”고 대법원 판결에까지 반발하며 옹호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사실상 내친 것.
새 당헌·당규 개정안은 △부정부패 혐의 형사범 중 유죄가 확정된 당원은 제명 조치 △부정부패 연루 당원에 대한 당원권 박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이 9일 최고위와 당무위원회, 14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감된 한 전 총리는 제명된다.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당원권이 박탈된다.
최고위는 또 의정활동 및 공약 이행(35%), 선거 기여도(10%), 지역활동(10%), 다면평가(10%), 여론조사(35%)로 이뤄진 의원 평가 항목과 각 항목의 세부 반영 비율을 의결했다. 이들 기준에 따라 현역 의원을 평가해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한다. 지난해 안 의원과의 통합으로 지어진 당명도 내년 2월 1일 바꾸기로 했다. 문 대표가 안 의원과의 결별을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