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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멀쩡한 지하도 놔두고 횡단보도 설치한다니…”

입력 | 2015-12-08 03:00:00

창원시 성산구 대방중앞 설치 추진… “지하도이용 편리”“무단횡단 위험”
주민들 찬반 논란속 23일경 마무리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방지하도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성산구가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이 지하도는 무용지물이 된다. 오른쪽이 대방중학교.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멀쩡한 지하도를 두고 횡단보도라니 이해하기 어렵다.”

“주민과 보행약자 편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경남 창원시가 성산구 대방중학교 앞 창이대로(왕복 8차로)와 가양로(왕복 6차로)에 설치하려는 3개 방향의 횡단보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반대 측은 “많은 예산을 들인 지하도를 무용지물로 만들 뿐 아니라 교통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 측은 “편리할 뿐 아니라 무단횡단에 따른 보행자 사고를 막을 수 있고 차량 소통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하도를 이용하는 고교생 김민재 군(17)은 “성원 2차 아파트에서 대방동으로 아르바이트를 다니면서 매번 지하도를 이용한다”며 “불편이 없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학생 정영훈 군(15)도 “한 달에 3, 4차례 이 지하도를 이용하지만 귀찮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친구들도 같이 다닌다”고 했다.

학부모 생각은 좀 다르다. 지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 걱정 때문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 백모 씨(41·여)는 “딸에게 지하도 대신 도로 위로 건너다니라고 한다”며 “지하도에서 휴대전화를 빼앗긴 학생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모 씨(42)는 “감시 카메라를 달고 (범죄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 준다면 지하도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가 1997년 21억 원을 들여 창이대로 아래에 건설한 지하도는 다른 지하도에 비해 계단 경사가 완만하고 분위기도 밝은 편이다. 보행약자를 위한 램프도 잘 갖춰져 있다. 대방중∼남양동 개나리 4차 아파트 사이 지하도를 건너는 시간은 1분 50초∼2분 정도 걸린다. 이 지하도 위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상황을 가정하면 현재 신호주기를 기준으로 녹색등이 2분 10초 만에 들어온다. 왕복 6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 20초까지 감안한다면 지하도를 이용하는 시간이 더 짧은 셈이다.

주민 박원일 씨(47·회사원)는 “10년 이상 대방지하도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창원 시내에는 횡단보도가 너무 많아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단횡단을 못 하도록 대책을 세우고 횡단보도 설치는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횡단보도 설치 주무부처인 성산구의 반론도 만만찮다. 박표영 교통과장은 “무엇보다 창이대로 무단횡단에 따른 사고를 막아야 한다”며 “최근 3년간 7건의 무단횡단 사고로 8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방중학교 주변 인구가 1만5000명에 달하는 데다 횡단보도 설치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장기간 경찰과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차량보다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정책이 바뀌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 최정경 성산구청장은 “신호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면 편리성과 안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성산구는 1억 원이 들어가는 횡단보도 설치 공사를 23일경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