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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못나간다” 버티기… 조계사측 “여론 모두 등돌려”

입력 | 2015-12-08 03:00:00

韓, 노동법 저지 핑계 ‘퇴거’ 말바꿔… 되레 “경찰병력 철수하라” 요구
조계사측 “민노총, 신뢰 저버려”… 경찰청장 “선택의 폭 점점 좁아져
최악 순간 강제진입 배제 못해”




“바깥 상황이 궁금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누군가가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 4층 방 창문을 열고 휴대전화로 바깥 상황을 촬영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6일까지 기다려 달라던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노동개악(노동5법 처리)을 막기 전까지 조계사를 나가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조계사 신도회가 요구한 퇴거시한(6일)을 넘기고도 은신 장기화를 꾀하자 조계사와 경찰은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간부들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 위원장의 글을 대독하며 “노동개악을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짧게는 10일 열리는 임시국회 기간까지 조계사를 나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국회에선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노동5법’의 처리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조계사 안팎에 배치된 경찰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바깥 상황이 궁금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누군가가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 4층 방 창문을 열고 휴대전화로 바깥 상황을 촬영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 위원장의 ‘말 바꾸기’에 조계사 측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2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평화적 개최를 요구했던 한 위원장은 집회가 마무리되자 다시 ‘노동개악’ 철회를 요구하며 ‘은신 장기화’로 말을 뒤집었다. 조계사 측도 퇴거를 요구하는 신도회 측에 “6일까지 참자”며 달랬지만 더 이상은 말릴 명분도 없다. 조계사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약속을 깨고 신뢰를 저버렸다”며 “이미 조계사 내부 여론은 모두 등을 돌렸다”고 밝혔다. 조계사 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조계사 측이 한 위원장의 강제 퇴거를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과 조계종, 신도회의 자발적인 결정을 기다리던 경찰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발부된 영장을 집행하지 않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며 “경찰의 선택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내부에선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이번 주말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강경 기류도 감지된다. 일단 조계종과 물밑 접촉 중이지만 최악의 경우 조계사 진입까지 염두에 두고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강 청장은 “지금은 (강제 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최악의 순간에는 배제할 수 없다”며 “법원 결정으로 집회가 열렸듯이 한 위원장도 법 집행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4일 집회 당시 한상균 위원장 체포를 방해한 혐의로 핵심 사수대인 쌍용차 노조원 이모 씨를 7일 구속했다. 불법 폭력시위와 관련한 구속자 수는 9명으로 늘었다.

권오혁 hyuk@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