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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명화를 빛낸 장신구]성모의 우아함과 따스함

입력 | 2015-12-08 03:00:00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 ‘암굴의 성모’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묘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과학부터 문학, 건축, 회화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전문가 수준으로 섭렵했던 ‘전(全) 인간’이다.

다빈치와 동시대의 미술 사학자이자 화가인 조르조 바사리는 “우리는 자연이 하늘의 온 기운을 퍼붓듯이 한 사람에게 엄청난 재능을 내리는 것을 본다.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도저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신이 손을 내밀어 지은 것 같아서다”라고 했다. 그의 엄청난 재능은 스승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마저 좌절의 늪에 빠지게 해 그 붓을 꺾게 했다.

그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서른 구가 넘는 시신을 해부하면서 육신은 물론 영혼의 움직임까지 잡아내어 화폭에 옮겼다. ‘모나리자’를 비롯해서 그가 묘사한 인물들의 시선은 감히 무한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수백 년 동안 모나리자 미소의 신비로움을 풀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황혼이 드리운 동굴 속에 청록색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가 오른쪽에 아기 예수와 천사, 왼쪽에 예수의 사촌인 세례 요한과 앉아 있다. 세례 요한은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 있으며 아기 예수는 오른손을 들어 축복을 내리고 천사는 세례 요한을 바라보고 있다.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어두운 동굴을 비추는 것은 입구에서 비추는 빛뿐이다.

다빈치는 자신이 개발한 스푸마토 기법(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경계를 희미하게 그리는 방식)으로 마술을 부리듯 아득한 신비로움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래서일까, 오래 보고 있으면 내면의 눈까지 씻기는 듯하다. 우아함과 단정함의 비밀을 터득한 성모의 얼굴은 동굴 속 바위보다도 더 오래 산 듯한 원숙함을 보여준다. 그녀의 시선은 우주의 모든 것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듯 고요하고 자애롭다. 그 품에 안기면 고달픈 삶의 애환을 맘껏 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무한한 신뢰감과 따뜻함, 우아함은 성모의 가슴에 있는 브로치 한 곳으로 모인다. 청록색 돌 주위를 순결의 상징인 진주로 두른 브로치는 오직 성모에게만 허락된 가장 숭고한 장신구일 것이다.

세계장신구박물관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