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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유령’이 삼킨 국가보조금 30억

입력 | 2015-12-08 03:00:00

페이퍼컴퍼니에 허위서류까지… R&D자금 빼돌린 6개업체 7명 기소




정부로부터 4대강 녹조 측정장치 개발 등 환경 분야 연구개발(R&D) 사업을 수주한 뒤 30억 원에 이르는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업체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20여 개 업체를 조사한 검찰이 6곳에서 이런 문제를 찾아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손준성)는 연구개발 사업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6개 업체를 적발해 김모 씨(52)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황모 씨(51)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환경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 보조금을 관리하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모두 30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A사 대표 김 씨는 2011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환경산업기술원에서 4대강 사업 녹조 측정장치 개발 등 10여 개 사업을 수주하고 증빙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7억1000여만 원을 가로챘다. 보조금 일부를 연구개발이 아닌 회사 운영자금이나 개인 용도로 쓰고 나서 환경산업기술원에 실적을 보고할 때는 통장 사본과 거래업체 세금계산서를 위조해 증빙 서류로 제출한 것이다.

또 B사 대표 황 씨는 2013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이미 개발한 기술을 마치 새로 개발하는 기술인 것처럼 꾸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환경 관련 연구과제를 따낸 뒤 보조금 11억1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적발된 업체들은 사업을 따고 나서 마치 하도급이 있었던 것처럼 거래업체와 짜고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급받는가 하면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회사를 만들어 자금을 세탁한 뒤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가로채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산업기술원은 2012년 말까지는 사업 담당 업체가 선정되면 사업 총액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다가 보조금 유용 문제가 불거지자 세분화된 항목별로 연구비 신청을 받았지만 업체들의 이런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올해 2000억 원 규모의 국가보조금을 관리하는 환경산업기술원에서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1인당 수십 건의 사업을 맡고 있는 등 제대로 된 사업 실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국가보조금 점검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업 수주업체가 거래업체에 하도급을 줄 경우 해당 거래업체에 직접 연구비를 지급하고 사업 실사 담당 전문위원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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