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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아직도 ‘부어라 마셔라’입니까

입력 | 2015-12-08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34>연말은 가족과 함께




송년회 하면 빠지지 않는 건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라운드 테이블에 놓인 소주병, 맥주병이 무색할 정도로 참석자들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기자랑을 감상하기 바빴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넷마블게임즈’의 송년회 이야기다.

2003년부터 가족 초청 송년회를 진행해온 넷마블게임즈는 올해도 임직원 가족 500여 명을 송년회 자리에 초대했다. 회사 측은 이날 회심의 카드로 직원 자녀를 위한 놀이방, 수면시설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회사 캐릭터를 이용한 페이스페인팅 코너는 어린 자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회사 관계자는 “금요일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구성원의 뜻을 반영해 수요일에 행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송년회 시즌을 맞아 과거 술자리 위주의 ‘부어라 마셔라’식 송년회를 지양하는 곳이 늘고 있다. 영화·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로 송년회를 대체하는 곳도 많아졌고 술자리를 하더라도 마무리 시간을 앞당기는 추세다.

일례로 행정자치부의 공공정보정책과는 지난달 18일 일찌감치 송년회를 했다. 가뜩이나 12월에 이런저런 송년회가 많은데 내부 행사라도 앞당겨 연말에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였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한 개발팀은 10일 바리스타 학원에 가서 커피 만들기 체험 행사를 할 계획이다. 분기별로 하는 조직 활성화 행사를 송년회와 연계해 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한 단과대 사무실은 술 없이 다과회만 진행하고 추첨을 통해 각자 준비한 선물을 나눌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처럼 가벼운 송년회가 ‘그림의 떡’인 곳도 많다. 올해 유통업체로 직장을 옮긴 우모 씨(29)는 “과거에 다닌 회사나 지금 회사나 1, 2, 3차로 밤새 이어지는 술자리는 기본”이라며 “올해는 (회사 막내라) 송년회 준비까지 도맡게 돼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김형환 한국경영리더십컨설팅 대표(48)는 “단결을 강조하는 군대식 문화가 직장 문화에 녹아든 결과”라며 “단체 구호보다 개인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회 취지에 맞다”고 설명했다. 송년회를 구상 중인 이들이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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