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와 배우로 처음 호흡 맞춘 양정웅-윤다경 부부
연극 ‘인코그니토’를 통해 연출가와 배우로서 첫 호흡을 맞춘 양정웅(왼쪽) 윤다경 부부. 아직 자녀가 없는 이들은 “결혼한 뒤 얻은 첫 아기와 같은 작품”이라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극단 여행자의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인 양정웅(47)과 배우 윤다경(44) 부부가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7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무대에 오른 ‘인코그니토’를 통해서다. 인코그니토는 국내에선 연극 ‘별무리’의 작가로 알려진 영어권 작가 닉 페인의 신작. 국내 초연이다. 배역은 21개인데 배우는 단 4명. 윤다경 외에 남윤호, 김대진, 장지아가 출연한다.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양정웅 윤다경 부부는 작품에 푹 빠져 있었다. 인코그니토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친 뒤 240개 조각으로 잘라 연구한 토마스 하비, 30초 이상의 기억을 유지하지 못해 평생 뇌 과학계의 연구 대상이 된 헨리 구스타브 몰레이슨, 결혼 생활에 파경을 맞은 후 동성 연인을 만난 임상 신경심리학자 마사 등 서로 연관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하나로 꿴 작품이다.
“일주일 만에 초벌 번역본을 받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양파 껍질 벗기듯 새롭더군요. 결국 인간의 기억장치인 뇌와 삶의 끈끈한 연결 관계를 통해 현대사회의 외로움 사랑 갈망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양정웅은 먼저 아내에게 출연을 제안했고, 아내는 의외로 쉽게 수락했다. 윤다경은 “사귀기 전부터 남편이 연출한 작품을 보면서 꼭 남편의 연극에 출연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극단이 서로 달라 연을 맺지 못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 극단 단원들에게 ‘대표 부인과 함께 일하는’ 부담을 줄까봐 꺼렸다”고 말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막상 남편과 작업하면서 배우들의 입장을 대변해 연출가인 남편에게 싫은 소리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하하.”(윤다경)
“팔불출 같지만, 아내는 작품 분석력이 탁월해요. 아내에게 반했던 것도 그 때문이죠. 인코그니토가 다소 어려운 작품이어서 아내에게 묻어가고 싶었어요.”(양정웅)
둘 다 마흔을 넘겨 결혼한 이들 ‘잉꼬부부’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윤다경은 “남편과 처음으로 연극 작업을 하는 인코그니토가 첫 자식 같다”고 말했다. 양정웅은 “우리 부부의 롤모델은 극단 베를린 앙상블을 만든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헬레네 바이겔 부부”라며 “함께 연극을 하는 꿈을 늘 꿔왔는데, 이번 작품으로 그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20일까지. 전석 3만 원. 02-889-356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