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 ‘인코그니토’… 우리 부부에겐 마치 첫 자식 같아요

입력 | 2015-12-08 03:00:00

연출가와 배우로 처음 호흡 맞춘 양정웅-윤다경 부부




연극 ‘인코그니토’를 통해 연출가와 배우로서 첫 호흡을 맞춘 양정웅(왼쪽) 윤다경 부부. 아직 자녀가 없는 이들은 “결혼한 뒤 얻은 첫 아기와 같은 작품”이라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남편은 연극계에서 ‘고전의 현대화’와 ‘세련된 미장센’의 달인으로 꼽히는 유명 연출가다.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아내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다.

극단 여행자의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인 양정웅(47)과 배우 윤다경(44) 부부가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7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무대에 오른 ‘인코그니토’를 통해서다. 인코그니토는 국내에선 연극 ‘별무리’의 작가로 알려진 영어권 작가 닉 페인의 신작. 국내 초연이다. 배역은 21개인데 배우는 단 4명. 윤다경 외에 남윤호, 김대진, 장지아가 출연한다.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양정웅 윤다경 부부는 작품에 푹 빠져 있었다. 인코그니토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친 뒤 240개 조각으로 잘라 연구한 토마스 하비, 30초 이상의 기억을 유지하지 못해 평생 뇌 과학계의 연구 대상이 된 헨리 구스타브 몰레이슨, 결혼 생활에 파경을 맞은 후 동성 연인을 만난 임상 신경심리학자 마사 등 서로 연관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하나로 꿴 작품이다.

양정웅은 “번역가 성수정 선생이 제목과 아인슈타인의 뇌 이야기를 하는데, 다 듣기도 전에 ‘이 작품이다’ 싶었다”며 “내게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만에 초벌 번역본을 받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양파 껍질 벗기듯 새롭더군요. 결국 인간의 기억장치인 뇌와 삶의 끈끈한 연결 관계를 통해 현대사회의 외로움 사랑 갈망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양정웅은 먼저 아내에게 출연을 제안했고, 아내는 의외로 쉽게 수락했다. 윤다경은 “사귀기 전부터 남편이 연출한 작품을 보면서 꼭 남편의 연극에 출연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극단이 서로 달라 연을 맺지 못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 극단 단원들에게 ‘대표 부인과 함께 일하는’ 부담을 줄까봐 꺼렸다”고 말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막상 남편과 작업하면서 배우들의 입장을 대변해 연출가인 남편에게 싫은 소리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하하.”(윤다경)

“팔불출 같지만, 아내는 작품 분석력이 탁월해요. 아내에게 반했던 것도 그 때문이죠. 인코그니토가 다소 어려운 작품이어서 아내에게 묻어가고 싶었어요.”(양정웅)

2009년 김광보 연출의 ‘산소’에 출연했던 윤다경은 공연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히 합석한 양정웅을 처음 만났다. 윤다경은 “처음 만난 날, 왠지 이 남자랑 결혼할 것 같았다”며 웃었다. 양정웅은 “사실 아내를 만나기 몇 개월 전만 해도 어머니께 ‘나는 연극과 결혼했다’며 독신의 삶을 걷겠다고 했는데 처음 만난 날 아내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둘 다 마흔을 넘겨 결혼한 이들 ‘잉꼬부부’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윤다경은 “남편과 처음으로 연극 작업을 하는 인코그니토가 첫 자식 같다”고 말했다. 양정웅은 “우리 부부의 롤모델은 극단 베를린 앙상블을 만든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헬레네 바이겔 부부”라며 “함께 연극을 하는 꿈을 늘 꿔왔는데, 이번 작품으로 그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20일까지. 전석 3만 원. 02-889-356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