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치료와 실태
부정맥 환자는 언제든 급성 심정지 상태에 빠질 수 있는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제세동기’와 같은 이식형 의료기기다. 본보는 정보영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심장내과 교수와 함께 국내 부정맥환자의 현황과 치료 실태를 점검했다.
정보영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심장내과 교수
―부정맥의 개념을 설명해달라.
―부정맥 환자의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연간 급성 심정지를 보이는 환자는 3만 명에 이른다. 심정지 후 즉각적인 조치로 생명을 유지한 채 퇴원하는 환자는 4.9%이다. 반대로 95% 정도는 사망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서 최악의 경우 순간적으로 심장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 버려 바로 사망할 수 있다.”
―이 환자들이 받아야 할 치료는….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게 가장 무서운 일이다. 이 때문에 이동식형 제세동기, 인공 심박동기 등의 장착을 추천하는 편이다. 제세동기란 심장이 갑자기 멈추었을 때 인공적인 전기신호를 만들어 심장을 뛰게 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부정맥의 표준치료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인공심박동기와 이식형 제세동기 등이 있다. 심장이 지나치게 느리게 뛰는 서맥형 부정맥 치료를 위해서는 인공 심박동기를 이식해야 하는데, 인구 100만 명당 이식 건수가 미국은 약 767건, 일본은 272건 정도인 반면 한국은 35건에 불과하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는 빈맥성 부정맥 치료를 위해서는 이식형 제세동기를 이식하는데 미국은 100만 명당 434명이 시술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100만 명당 시술건수가 6건 정도밖에 안 된다. 이는 홍콩, 대만보다도 적은 수치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렇다. 우선 몸에 이물질을 장착한다는 거부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심장이 멈춰버린 위급한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제세동기는 그 어떤 치료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치료법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증에 걸리면 ‘어차피 오래 못 살텐데…’ 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100세 시대다. 부정맥을 조기에 발견해 제세동기와 같은 보조도구를 시술받고 활력넘치는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