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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Travel]온갖 독충과 뱀이 도사리고 있는 지구의 ‘녹색 허파’

입력 | 2015-12-09 03:00:00

[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 아마존의 '두 얼굴' 탐험




지구가 아름다운 건 이 아마존 덕분이다. 이 물이 아니라면 비도 없고 그 비가 없다면 열대우림도 없다. 또 열대우림이 없다면 산소도 없다. 75억 인구와 더불어 생태계를 이루는 동물이 두루 함께 호흡하며 살아갈 충분한 산소가. 세이바 톱 로지 앞 아마존 강의 섬 위로 아침 해가 뜨고 있다. 페루=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아마존 강. 남미대륙의 적도 밑(남위 3도)을 흐르는 지구에서 가장 길고 큰 강이다. 그 총연장은 7062km, 강폭은 하구로부터 1600km 상류(마나우스)지점에서도 16km에 이를 만큼 넓다. 그러니 수량도 어마어마할 터. 놀라지 마시라. 지구표면 담수량의 20%를 품고 있다. 그건 그 다음으로 큰 두 강(콩고·양쯔 강)의 합(7%)의 3배 수준. 하지만 그런 아마존도 그 시작만큼은 미약하다. 안데스 고원의 빙하호수에서 발원해서다. 위치는 리마에서 한참 남쪽인 아레키파의 고산(해발 5170m). 호수를 떠난 물은 북행을 하며 몸집을 키우다가 거대한 아마존분지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러다 나포 이타야 등 두 강을 흡수하며 비로소 그 위용을 드러내는 데 이키토스(Iquitos)라는 곳이다. 리마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40분 거리의 밀림 안 도시(주민 37만 명)다.

이곳은 ‘아마존 저지대(Amazon Basin)’라 불리는 거대한 웅덩이의 중심. 다 아는 상식이지만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저지대로는 주변의 모든 물이 모인다. 아마존 저지대에선 이키토스가 거기로 북쪽 키토(에콰도르 수도)에서 흘러든 나포 강, 동부에서 온 이타야 강, 그리고 북상하던 아마존 강이다. 그러다보니 이키토스는 아마존 강 수운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아마존 열대우림 정글 최대의 도시가 됐다. 동시에 이곳은 육로로는 접근이 안 되는 지구상 거주지 가운데 가장 큰 도시. 37만 명의 도시에 외부연결 통로라곤 아마존 강뿐.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길이 열리긴 했어도 그건 관광객 몫이고 주민의 발은 여전히 아마존 강상의 보트다.

폭이 수 km에 이르는 아마존 흙탕물은 시속 7km로 빠르게 흐른다. 그런데도 겉으론 좀처럼 그걸 감지하지 못한다. 그 유려함이 아마존에서 느낀 첫 번째 감동이었다. 또 하나, 연중 15m(이키토스 부근 기준)의 격렬한 수위 변화로 인간은 이 아마존 유역에서 지금도 원시적 삶을 누린다. 갈수기 강 양안에 드러나는 비옥한 충적지가 그 요체. 거기서 농작물 경작이란 은혜를 베푸는 강의 너그러움이 그 두 번째 감동이다. 마지막 감동은 적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수증기를 발산시켜 수시로 비를 뿌리게 하고 그 비로 키워낸 거대한 열대우림이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지구허파(肺)’에서 온다. 그 아마존으로 여행을 떠난다.

녹색의 바다, 아마존 열대우림 위를 날다

이키토스 공항착륙 5분 전. 하강하는 비행기 창문 밖으로 기막힌 광경이 펼쳐졌다. 양탄자처럼 보이는 녹색의 열대우림 바다 한가운데로 뱀처럼 구불구불 사행곡류(蛇行曲流)하는 물줄기다. 아마존의 지류 중 하나다.

사흘 밤을 묵을 숙소는 이키토스에서 아마존 강 하류로 45km 지점의 강변정글에 있는 ‘세이바 톱(Ceiba Top)’로지. 교통편은 24인승 스피드보트. 선착장행 버스로 도심을 가로지르던 중 특별한 풍경을 목도했다. 벌 떼처럼 질주하는 모터카 행진대열이다. 모터카는 방콕에 흔한 ‘뚝뚝이(삼륜오토바이택시)’. 육로로 접근이 안 되는 정글오지여서 모터카가 차를 대신한다.

모터카 천국의 이키토스. 페루 아마존 관문도시다.



아마존의 뉴욕, 이키토스

도시는 생기가 넘쳐났다. 근방의 정글마을에 공급할 생필품 공급처여서다. 리마를 오가는 페리, 거기서 풀린 물자를 마을로 실어 나르는 소형 선박이 모이는 이 내륙항. 이곳은 ‘아마존의 뉴욕’이다.

실제로 1880∼1914년의 34년간은 당시 뉴욕 못잖았다. 이곳 원산 고무나무 덕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발발 이후 전략물자 고무는 금값이 됐다. 그래서 유럽자본과 사람이 여기로 몰려들었다. 당시 이키토스가 얼마나 흥청댔는지는 지금 남은 건물이 증명한다. 오페라하우스와 아이언하우스가 그것. 아이언하우스는 에펠탑 설계자 구스타브 에펠의 작품으로 온통 쇠붙이로만 지은 건물. 1899년 파리만국박람회 전시작인데 한 유럽인 사업가가 사 와 이키토스 중심가에 재조립한 것이다.


야구아 부족의 족장. 든 것은 입으로 부는 독침관이다.


녹색의 바다 열대우림, 그 속과 위

우림(雨林)이란 빗줄기처럼 나무가 빼곡한 밀림(密林)의 또 다른 표현. 그 안에서 삶은 녹록지 않다. 온갖 독충과 뱀, 사람까지 공격하는 군대개미는 물론이고 사우나 이상의 뜨거운 습기 등 자연환경 또한 혹독하다. 그러니 이 ‘녹색지옥’에서 견딜 이는 원주민뿐.

아마존투어는 사나흘간 정글 안에 조성한 로지에서 주변을 보트로 이동하며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원시부족마을을 찾아가 그들과 대화하고 장시간 열대우림 숲을 걷는다. 또 강에서 쇠고기를 미끼로 피라냐(남미에 서식하는 육식성 민물고기)도 낚는다. 그걸 통해 우리는 정글이란 새로운 세상을 눈동냥한다.

이튿날 새벽 다섯 시 반. 강 한가운데 섬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오른쪽에 두고 나를 태운 스피드보트는 강 하류로 두 시간 가량을 달려 나포 강 지류로 들어섰다. ‘트리 톱(Tree Top)’을 찾는 정글 트레킹을 떠나기 위해서다.

트리 톱이란 열대우림의 지붕격인 ‘캐노피(Canopy·뚜껑)’를 뜻하는 말. 양탄자처럼 보이는 열대우림의 지붕을 보려면 키가 70m까지 자라는 거목 세이바에 올라가야 볼 수 있다. 그래서 고안한 게 나무를 오를 수 있도록 주변의 나무 몇 그루를 줄다리로 연결해 만든 계단. 정글 트레킹은 그 줄다리 7개를 차례로 건너 높이 42m의 세이바 나무 중간지점에서 트리 톱을 감상하는 것까지 포함됐다.

거기서 바라본 녹색지옥의 상부. 그 푸름에서 나는 녹색별 지구의 진면목을 발견했다. 어쩌면 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일 수도 있는 이 평화로운 혹성. 예서 태어난 기쁨을 나는 비로소 이날 이곳에서 제대로 느꼈다.

페루=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