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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한국의 난임 치료 기술 실제로 보니 더욱 놀랍네요”

입력 | 2015-12-09 03:00:00

조 레이 심슨 국제불임학회연맹 회장 인터뷰
세계적 난임 치료 기술에 버금가는 차병원그룹 연구 시설에 만족
한국의 줄기세포 발전시켜 고난도 무정자증 치료성공 기대




‘난임 치료의 거장’ 조 레이 심슨 국제불임학회연맹(IFFS) 회장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차바이오콤플렉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꺎한국의 난임 치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고 평가했다. 차병원 제공


“한국은 세계 최고의 난임 치료 기술과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다가 직접 보니 정말 대단합니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저출산 극복에 큰 힘이 될 겁니다.”

난임 치료로 유명한 조 레이 심슨 국제불임학회연맹(IFFS) 회장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차바이오콤플렉스를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난임 치료 강국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연구 기반 시설에 만족감을 표명했다. 조 회장은 “내 가족과 친구들이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한국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라며 “한국이 줄기세포 기술을 더 발전시켜 난임과 연결시킨다면, 현재는 무정자증같이 치료가 어렵다고 믿는 문제들도 해결할 날이 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제10회 환태평양 생식의학회 참석차 방한한 심슨 회장을 만나 난임치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 봤다.



Q. 난임으로 진료를 받는 한국인이 연 20만 명이 넘었는데….

A. 아마도 더 늘어날 것이다. 심각한 것은 자신들이 난임이라는 사실을 아는 부부가 실제 난임 부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난임에 대한 낮은 인식과 오해, 사회적인 분위기나 개인적인 치료 장벽 때문이다. 실제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임 부부의 20%만이 상담을 받고 그중에서도 일부만이 산부인과나 난임 클리닉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으면 임신 가능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1년 정도 시도해도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정부도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Q. 현대 사회에서 난임이 늘어나는 이유는….

A. 남성의 경우 정자 생성 기능이 떨어지거나 정자 배출이 어려울 때, 전립샘에 염증이 있거나 호르몬 이상 등의 질환이 있을 때 난임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은 배란 장애를 겪거나 난관이 막혀 유착이 있거나 자궁내막에 염증이 있으면 난임에 빠질 수 있다.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초산이 늦어지는 것도 난임이 늘어나는 요인이다. 월경을 하면 혈액이 난소, 나팔관으로 역류해 자궁내막증이 쉽게 발병한다.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결혼은 늦게 하면서 자궁내막증이 발병하는 기간이 30, 40년 전에 비해 길어지고 있다. 예컨대 1970년대만 해도 17세에 초경을 해서 20세 전후에 첫 출산을 했다. 월경을 하는 시간이 적으니 그만큼 자궁내막증을 일으킬 시간이 적었던 것이다. 과체중이나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도 난임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꼽힌다.

Q. 난임 치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남성의 정자를 미리 배출시켜, 불순물을 깨끗하게 걸러 낸 뒤, 여성의 자궁에 주입하는 인공수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를 각각 채취해서 시험관에서 체외수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시험관에서 최상의 배아를 찾는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시간으로 배아를 관찰하는 엠브리오스코프 검사다.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후 5, 6일 동안 배아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최상의 배아를 찾는 것이다.

이 외에도 착상전 유전자 검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습관성 유산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착상을 시킨 뒤 유산되는 비율이 예전보다 낮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Q.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의 효과는?

A.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은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기 전에 문제가 있는지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염색체 이상이나 심각한 단일 유전자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할 위험성이 있을 경우 비정상 태아의 출산을 방지할 수 있다.

기존 산전 진단법은 임신 9∼12주에 하는 융모막검사, 18∼20주에 하는 양수검사가 있다. 하지만 이상을 발견해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또 유전질환이 발견될 경우 자연유산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단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상이 있는 부부만 받을 수 있다. 염색체 이상으로 반복 유산을 한 경우,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거나, 그와 비슷한 가족력이 확인된 경우 등이다.

성남=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