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나 교직원 자리를 미끼로 시간 강사와 취업준비생들에게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서울 소재 A대학을 인수할 것처럼 속여 취업을 미끼로 취업이 절박한 피해자들에게 금품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로 B장학재단 이사장 김모 씨(72)와 전직 A대학 교수 오모 씨(6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김 씨와 오 씨는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모 씨(52·여) 등 38명에게 “A대학을 인수해 예술·예능대학으로 새로 개교할 예정이니 학교 발전기금을 내면 교수나 교직원으로 채용해주겠다”며 접근해 한 사람당 3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과거 교수로 재직할 당시 알게 된 제자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A대 교수 출신 오 씨를 범행에 끌어 들이고 허위로 작성한 임용장을 보여주며 의심을 피했다. 이들이 가로챈 금액은 23억 원이나 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 학교를 인수할 생각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1년 간 수사를 벌인 경찰 관계자는 “애초에 대학을 인수할 능력도 없었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정황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다른 범행에 연루돼 구속된 상태다. 경찰은 오 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