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한국 영화 ‘빅2’ <하> ‘대호’
영화 ‘대호’의 주인공 최민식이 호랑이 사냥을 위해 맨손에 총 한 자루 메고 올라가는 겨울 지리산의 스케일은 영화 ‘히말라야’ 배우들이 중무장을 하고 오르는 칸첸중가 못지 않게 ‘압도적’이다. 아래 사진은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된 몸길이 380cm, 몸무게 400kg의 ‘대호’. 뉴 제공
지난해 영화 ‘명량’으로 한국영화 역대 최다 관객인 1760만 명을 모은 최민식이 영화 ‘신세계’(2012년)의 박훈정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순제작비 140억 원의 블록버스터인 만큼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호랑이와 최민식이 선보이는 연기 호흡도 볼거리다. 영화 속 포수 천만덕은 ‘어느 산이 됐건 산군님들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고 했건만 영화담당 기자 2명이 포수와 산군님의 이야기를 ‘건드려 봤다’.
▽김배중=영화 ‘히말라야’의 배우들도 한 고생 했다지만 ‘대호’ 배우들 고생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겠는데?
▽김=입이 얼어서 대사를 할 수 있겠나 싶을 정도였지? 최민식의 연기는 ‘명량’에서나 ‘대호’에서나 카리스마 넘치는 독보적 ‘원톱’으로 흠잡을 데 없었어.
▽이=하기야 호랑이가 무섭게 달려드는데 눈 하나 깜박 않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포수, 최민식이 아니면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
▽김=호랑이 CG도 한몫한 것 같아. CG가 자연스러우니까 최민식이 실제 호랑이를 앞에 두고 연기하는 것 같아.
▽이=호랑이가 사람들을 물어뜯고 허공으로 패대기치는 장면은 실감나다 못해 너무 끔찍하게 느껴지던데? 피도 많이 나오고…. 이게 어떻게 ‘12세 관람가’인지 의아할 정도야.
▽이=‘히말라야’에 비하면 웃음과 진지함의 완급 조절이 아쉬웠어. 너무 무게 잡아서 어깨 빠지겠던데? 최민식도 황정민에 비하면 치고 빠지는 게 좀 부족해.
▽김=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좀 지루했어. ‘명량’도 영화 초반은 지루했지만 뒷부분 해전 장면에서 지루함을 싹 날렸잖아. 난 최민식이 시원하게 한 방 날려줄 거라고 믿었는데….
▽이=꼭 시원한 한 방을 날려야만 하는 건가? 모든 것을 잃은 명포수, 짝과 새끼를 잃은 대호, 처지가 비슷한 인간과 동물의 진한 교감이 관전 포인트 같은데. 둘이 서로를 존중하며 교감하는 ‘감정선’이 웬만한 멜로의 주인공들 못지않더라고.
▽김=호랑이가 ‘영물(靈物)’이라지만 그 정도일까. 너무 똑똑한 대호가 흠이야. 의인화된 동물과 사람이 연기 호흡을 맞춘 판타지 같다고 할까. 그러면서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배경 때문인가 결말이 속 시원하지는 않지.
▽김=난 생각이 좀 달라. 추운 연말이니 ‘히말라야’ 같은 따뜻한 감동 스토리가 더 와 닿지 않을까. 지리산의 아찔한 산세는 히말라야 못지않은 절경이지만….
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