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이 열풍을 넘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강원 홍천군 귀농·귀촌 행사.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실제로 일본은 다각적인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취농 인구가 정점을 지나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은 1995년부터 신규 취농인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매년 7만∼8만 명의 취농인이 유입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5만 명 선으로 떨어져 그 추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더니 2010∼2014년에도 연 5만 명 선에 머물렀다.
이는 2012년 45세 이하 청년 취농 급부금제 도입 등 새로운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친 결과다. 향후 전망 또한 여전히 불투명하다. 필자가 연수 기간에 만난 일본 취농 담당 공무원과 취농 농부들의 표정과 말투에서는 활력과 자신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15년 귀농·귀촌 인구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정확한 것은 내년 3월 정부의 통계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상당수 귀농·귀촌 전문가들과 지자체 담당자들은 총 5만 가구,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올 한 해 각종 귀농·귀촌 박람회와 교육장, 그리고 각 지자체의 귀농·귀촌인 투어 행사는 도시민들로 넘쳐났다. 올해 귀농인 대출지원을 위한 정부의 정책자금은 당초 책정한 1000억 원이 조기 소진돼 500억 원을 추가로 긴급 편성하기도 했다. 지난주 강원 홍천군 귀농·귀촌 멘토단의 일원으로 방문한 충남 서천군과 홍성군에서도 귀농·귀촌이 대세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머지않은 장래에 농가인구(2014년 기준 112만1000가구·275만2000명)보다 훨씬 많은 도시민이 농촌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실제 농·산촌 땅값은 귀농·귀촌 수요 유입으로 크게 올랐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제주도행은 차라리 광풍에 가깝다. 이때를 놓칠세라 영농 기획부동산들이 “향후 땅값이 폭등할 것”이라며 호객행위에 열을 올리면서 사기 등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선 귀농·귀촌, 전원주택·전원생활 관련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이 모든 것은 귀농·귀촌 현상이 이미 열풍을 넘어 과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과열은 앞으로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동반하기에 선제적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이 같은 국내 과열 현상과 일본의 취농 흐름을 놓고 볼 때 한국의 귀농·귀촌인구 증가세는 아마도 올해나 내년쯤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후 정점에서 옆걸음질을 하다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마무리되는 2018년 직후 분수령을 맞지 않을까 싶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올해 7월 21일 시행에 들어간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부터 5년 단위의 귀농·귀촌 종합계획과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도시민의 농촌 유입을 지속시켜 나가는 한편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귀농·귀촌의 과열 국면에 대한 정확한 상황 인식과 그 이후를 내다보는 ‘연착륙’ 정책을 모색할 시점이다. 일본을 통해 배울 건 배우되 일본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다. 기존 귀촌인을 점진적으로 귀농인화(6차산업 쪽으로)하는 유인책도 귀농 확장을 위한 한 방법일 듯싶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