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을 나설 때였다. 건너편 아파트 화단에서 경비 아저씨가 낙엽이 아직 매달린 나무를 힘껏 흔들어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매일 아침 낙엽을 쓸어 모으기가 번거로우니 남은 낙엽을 떨어뜨려 몽땅 쓸어버리고자 하는 생각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가을을 좀 더 느끼고 싶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들은 아파트 단지에 낙엽 한 장 구르는 일이 없을 만큼 실시간으로 비질을 하신다. 생각해 보면 낙엽은 매일 그렇게 쓸어 모으지 않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을의 낭만을 느낄 수 있고 경비 아저씨들도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자꾸 뉴스가 되는 아파트 경비와 주민들 간의 갑질 논란으로 눈살을 찌푸릴 때가 적지 않다. 그들도 한 집안의 가장이고 한때 당당하고 좋은 직업을 가졌던 분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출퇴근을 하면서 그분들을 마음 아닌 인생의 선배라는 생각으로 항상 인사를 먼저 건넨다. 그리고 노년에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마당에 한 번 채용한 경비원들을 정년이 되는 날까지 교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순자 경기 가평군 청평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