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젖은’ 이슬람 경계선, 전 세계로 확산 IS는 ‘문명의 충돌’ 아닌 문명 모독이자 문명 파괴자 공중폭격이나 톨레랑스로는 광신자 집단 궤멸 못 시킨다
황호택 논설주간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전쟁 통계를 분석해 “이슬람의 경계선은 피에 젖어 있고 그 내부 역시 그렇다”고 서술했으나 세계화 시대를 맞아 그 경계선이 희미해졌다. 말리크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결혼해 딸을 낳았다. IS는 시리아의 무대를 벗어나 이슬람 경계선 밖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IS의 추종자들은 파리에서 참혹한 살육극을 저지르고 이집트의 샤름엘셰이크 공항에서 러시아 여객기의 화물칸에 폭탄을 실었다. 9·11테러 이후 14년 만에 미국의 본토가 다시 IS를 추종하는 광신도의 공격을 받았다.
IS가 벌이는 광기의 테러를 문명의 충돌로 분석하는 것은 문명에 대한 모욕이다. 문명은 연주회장에서 록 음악을 듣고,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며 담소하는 것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은 파리에서 문명의 상징인 카페 레스토랑 연주회장 축구장을 공격했다. 그들은 ‘빛의 도시’를 ‘매춘과 악의 수도’라고 규정했다.
중동에서 발원한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는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신(唯一神)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지전능한 창조주인 유일신의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유대인이었다. 유대인들은 유일신 여호와가 그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는 선민(選民)사상을 갖고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상업의 중심지였던 메카(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에 살던 무함마드(마호메트)는 그곳에 들르던 크리스천이나 유대교인들로부터 유일신의 개념을 배웠다. ‘선지자(무함마드)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을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고, 알라와 선지자를 위해 싸우다 죽은 용감한 전사는 천국에 간다’는 가르침은 꾸란(이슬람경전)에 기록돼 있다. 이슬람의 전사들은 한손에 꾸란을 들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팔레스타인과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이집트와 북아프리카, 종국에는 스페인까지 점령했다. 무함마드 사후 100년 만인 732년에 벌어진 프랑스의 투르 전투에서 이슬람이 승리했더라면 유럽은 그때 이슬람의 영토가 됐을 것이다.
척박한 열사(熱沙)의 땅에서 이슬람이 이교도를 정복하던 시기에 채록(採錄)된 꾸란을 문자 그대로 가르치는 근본주의 이맘(이슬람교 성직자)들은 가난과 실업으로 방황하는 이슬람 청년들에게 분노와 복수의 이념을 불어넣고 있다. 종교는 진공관 속에서 배양되지 않는다. 경전은 같지만 해석과 실천은 문화적 인종적 정치적 국가적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문화가 다르다. 중동에서도 수니파와 시아파가 확연히 갈라진다. IS는 후세인의 몰락과 함께 이라크에서 시아파에 밀려난 수니파 세력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근본주의는 시아파에도 있고 수니파에도 있다.
말리크는 가정 밖에서 항상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니깝을 쓰고, 대학교에서 남학생들과 어울리지 않고, 운전도 하지 않는 독실한 이슬람교도였다. IS는 말리크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신앙을 지닌 젊은 남녀들에게 이교도를 죽이고 천국에 가라고 선동한다. 꾸란을 멋대로 해석해 이교도 미성년 여성을 강간해도 죄가 아니라고 가르친다. 공중폭격이나 ‘톨레랑스(관용)’ 같은 멋진 말로는 광신도 집단과 싸워 이길 수 없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