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60% 세금 붙어 변동폭 작아
최근 6개월 동안 국제유가가 40% 가까이 떨어진 데 비해 국내 보통휘발유 가격은 8% 내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휘발유에 많은 세금을 붙여 국내 소비자들이 유가 하락 효과를 체감하기 힘든 구조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올해 6월 초 이후 이달까지 37% 하락했다. 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WTI 가격이 전날보다 0.14달러(0.37%) 낮은 배럴당 37.51달러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6개월간 유가 하락 폭은 40%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달 4일 기준 국내 보통휘발유 가격은 L당 1453.02원으로 6개월 전인 6월 4일(1574.42원)보다 121.4원(7.7%) 떨어졌다.
이와 달리 미국 캐나다 독일 대만 등 37개국 기름 판매가격은 6개월 동안 평균 10.5% 떨어졌다. 미국의 자국 내 기름 1갤런(3.79L)당 판매가격은 6월 중순 2.85달러에서 이달 7일 2.21달러로 0.64달러(22.5%) 내렸다. 이어 리투아니아(―18.0%) 대만(―14.6%) 캐나다(―13.6%) 불가리아(―12.9%) 중국(―12.8%) 등의 하락 폭이 컸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기름 판매가격도 6개월 동안 10%가량 하락했다. 다만, 영국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의 유가 하락 폭은 5%에 못 미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4일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는 등 구조적인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원유 공급과잉으로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최저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씨티그룹은 연초부터 20달러를 예상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은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국가 부도 위험이 치솟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의 재정도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원자재 수출국의 경기 부진이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산유국들의 오일펀드 회수가 본격화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