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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들고 침입한 군인을 살해… 경찰, 정당방위 25년만에 인정

입력 | 2015-12-10 03:00:00


자신의 신혼집에 침입해 예비신부를 해친 군인을 살해한 남성에게 경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살인 피의자에게 수사기관이 정당방위를 적용한 것은 1990년 이후 25년 만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양모 씨(36)가 자신의 집에 무단 침입해 예비신부 박모 씨(33)를 흉기로 찌르고 자신마저 해치려 한 강원도의 육군 모 부대 소속 장모 상병(20)을 살해한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휴가 나온 장 상병은 만취한 채 9월 24일 오전 5시 반경 서울 노원구 공릉동 양 씨 집에 침입했다. 양 씨는 장 상병이 주방에 있던 흉기로 박 씨를 찔러 살해한 뒤 자신에게 달려들자 격투를 벌이다 흉기를 빼앗아 장 상병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양 씨도 흉기에 이마와 손 등을 다쳤다. 경찰은 “정당방위의 제1요건인 ‘자신과 타인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받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며 “양 씨가 당장 닥친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회 통념상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나 양 씨와 모르던 사이인 장 상병이 당시 만취해 있었다는 사실 등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을 술김에 벌어진 ‘우발적 살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1990년 경북에서 자신을 결박한 채 애인을 성폭행한 사람을 격투 끝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남성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사건 이후 경찰이 25년 만에 살인 피의자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