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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강진군 농가지원시스템’ 도시-농촌 상생 유통모델로

입력 | 2015-12-10 03:00:00

직거래지원센터 개설 6개월만에 고객 6만7600명에 6억여원 판매
직거래로 중간 유통마진 대폭 축소… 품질-가격 두마리 토끼 잡아




전남 강진군 군동면으로 귀농한 박재일 씨 부부가 버섯 재배사에서 목이버섯을 수확하고 있다. 박 씨 부부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강진군 초록믿음직거래지원센터 덕분에 고객이 크게 늘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 전남 강진군 군동면에서 버섯을 키우는 박재일 씨(47)는 귀농 2년 차 농부다. 시골 생활이 처음인 박 씨는 요즘 강진군이 개설한 초록믿음직거래지원센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박 씨는 도시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센터 덕분에 올해 고객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었다. 센터에서 택배비와 포장재 비용 일부를 지원해 줘 영농비 부담도 크게 덜었다. 택배비의 경우 건당 1500원을 보조해주기 때문에 연간 60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박 씨는 “농가 맞춤형 지원으로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2. 강진군 병영면에서 밤호박, 콜라비, 참두릅을 재배하는 김상운 씨(44)도 초록믿음직거래지원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 씨는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센터를 통해 전국의 고객과 직거래를 하면서 순소득이 늘었다. 김 씨는 센터의 조언으로 양배추와 순무를 교배한 콜라비를 재배해 올겨울 첫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올 6월에는 센터의 도움으로 개인 블로그도 만들었다. 김 씨는 “센터의 유통 교육 덕분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고 있다”며 “군에서 운영하는 마케팅대학을 다닌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도시·농촌 상생 유통 모델


초록믿음직거래지원센터는 강진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농가 지원 시스템이다. 센터는 개설 6개월 만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유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초록믿음은 강진의 푸른 들판을 누비는 황소처럼 한길만 우직하게 걷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농특산물 판매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되 군에서 품질을 보증하고 다양한 맞춤형 지원으로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강진군은 4월 농수특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5월부터 농어가에 택배비와 박스 제작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명함까지 제공했다. 현재 센터에는 221농어가가 참여해 쌀과 잡곡, 과일, 채소, 축산물, 수산물, 청자 특산품 등 150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직거래로 중간 유통마진이 줄면서 품질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신선한 농수산물을 신속하게, 고객이 원하는 시간까지 배달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하는 이른바 ‘신선·신속·신뢰 마케팅’은 주효했다. 11월 말 현재 매출 1만976건, 판매액 6억5000만 원, 고객 6만7600여 명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선·신속·신뢰 마케팅’ 주효

초록믿음의 성공 뒤에는 생산자 마케팅 능력 키우기, 현장 목소리 청취, 고객 관리 등의 노력이 숨어 있다. 강진군 전국 신지식인연합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노하우를 전수했다. 마케팅대학과 워크숍,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고품질 농수산물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마케팅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품질평가단이 농어가를 방문해 상품성과 원산지 표시, 식품규제 사항을 꼼꼼히 챙겼다. 제품 리콜이 들어올 경우에도 신속하게 처리해 소비자 신뢰도 쌓았다.

이런 노력으로 7월 스타벅스, 하이마트, 국민은행 등과 소비자가 선정하는 착한브랜드에 선정됐다. 지난달에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관한 이동형 직거래장터 공모사업에 뽑혀 9800만 원의 국비를 받게 됐다.

강진군은 앞으로 직거래 농어가를 500호까지 늘릴 계획이다. 내년까지 고객 10만 명을 확보하고 연간 1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자협동조합을 결성하고 품질평가시스템을 개발해 판로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강진원 군수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초록믿음직거래센터가 농촌의 새로운 유통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