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체포 또 연기] 종단內 “화쟁위는 민노총에 놀아나”… 갈등 커지자 결국 총무원장 전면에 정부와 충돌 피하는 해법 모색할 듯
자승 총무원장 “체포영장 집행땐 또 다른 갈등”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작전이 본격 시작되기 직전인 9일 오후 5시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10일 낮 12시까지 해결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제공
9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통화한 조계종 고위 간부의 말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공권력 집행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간부는 “한 위원장이 무작정 버티면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미리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 종단 수장(首長)이 책임지겠다고 한 만큼 믿어 달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6일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은신한 뒤 20여 일이 흘렀지만 조계종은 종단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일절 내놓지 않았다.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위원장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과 그래도 종교단체의 입장에서 공권력 진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정서가 교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 위원장과 관련한 입장들은 조계사와 종단 내 기구인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 차원에서만 발표됐다.
특히 자승 총무원장의 발표는 예정에 없었던 것이었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공권력 투입 예정 시간이던 오후 4시 전후 원장 스님의 기자회견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화쟁위원회 차원의 발표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종단 책임자가 직접 나서 책임을 져야 공권력 투입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정부 측 요구가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번 사안에 대해 한발 물러서 있는 태도를 취하던 종단이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거세진 사회적 비판과 정당한 법 집행에 나선 정부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밝힌 첫 입장에서는 한 위원장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한다면서도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짓밟겠다는 것”이라며 종교 시설에 대한 공권력 집행에 거부의 뜻을 명백히 밝혔다.
하지만 이후 총무원에서 만난 종단 간부들 사이에서는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기류가 감지됐다. 한 간부는 “만약 공권력이 집행돼 정부와 조계종이 갈등을 빚는다면 이게 바로 한 위원장을 비롯한 민노총이 바라는 것”이라며 “종단은 결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단의 사회적 기구인 화쟁위에 이번 사안이 맡겨졌는데 결국 한 위원장을 포함한 민노총의 정치투쟁에 종단이 놀아난 꼴”이라며 “(도법 스님이) 한 위원장 하자는 대로만 하고 결국 자진 출두 문제도 해결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