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아침 시사프로그램 ‘돌직구쇼’에도 등장하는 ‘돌직구’의 원조(元祖)가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다. 돌처럼 무거운 직구라서 타자가 방망이에 맞히기도 어렵고, 맞아도 타구가 멀리 가지 않는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팀이 근소한 리드를 할 때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켜내는 그의 돌직구는 팬들을 매료시켰다. 위기에서도 표정의 변화가 없이 빠르고 묵직한 공을 배짱 있게 던져 ‘돌부처’ ‘끝판대장’이란 별명도 얻었다.
▷오승환이 한국의 삼성 라이온즈와 일본의 한신 타이거스에서 ‘최고의 수호신’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시련도 적지 않았다. 고교와 대학 때 투수에게 중요한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사고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 9년간 몸담은 삼성에서도 입단 초반과 후반의 빛나는 영광 뒤에는 중반의 극심한 부진도 있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피나는 훈련이었다. 시련에도 굴하지 않은 강인한 의지가 한일 통산 357세이브, 일본 센트럴리그 2년 연속 구원왕 같은 대기록을 가능케 했다.
▷오승환이 마카오 카지노를 드나들며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어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가 전 삼성 투수 임창용과 함께 한국의 조직폭력배로부터 도박에 쓸 돈을 빌렸다는 말도 나온다. 오승환은 변호사를 통해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해명했다가 검찰에서는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한신 구단은 2년 계약이 올해 만료되는 오승환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잔류 교섭을 사실상 중단했다. 일본은 프로야구 선수와 반(反)사회적 세력의 교제를 금지하는 내용이 야구 규약에 명시돼 있어 ‘폭력배와의 교제설’이 치명적 악재가 됐다. 오승환의 오랜 꿈이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돌부처’ 오승환을 아낀 팬들은 그가 정상에 오를 때까지 밤낮으로 흘렸던 피땀이 자기관리 실패로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