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행복원정대/동아행복지수]<4>돈과 행복의 방정식
○ 수입이 적어도 행복한 20대 여성
경기도의 한 대학 교직원인 이모 씨(27·여)의 월급은 약 200만 원이다. 정기적금 60만 원에 월세 80만 원을 제하면 이 씨의 손에 남는 돈은 60여만 원. 그는 이 돈으로 헬스장에 등록(6만 원)한 뒤 영화를 관람하고 책을 구입하는 문화활동(11만5000원)을 즐긴다. 친구들과 만나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 비용은 한 달에 10만 원 남짓 된다. 일반 기업보다 일찍 퇴근하는 교직원의 특성상 카페나 도서관에서 여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씨는 “지금의 소득과 생활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응답자들의 행복수준을 3등급(행복, 중간, 불행)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소득이 낮아도(월 300만 원 미만) 행복한 집단(동행지수가 65.78점 이상)에는 20대 여성이 32%로 가장 많았다. 직장이 있는 20대 여성들은 저축하고 직장 동료와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여가를 즐기는 삶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고소득 남성이 오히려 심리적 불안감 커
이번 분석에서 소득은 높지만 행복수준이 낮은 집단은 30대 남성(33%)이었다. 서울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인 김모 씨(34)는 한 달에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번다. 그러나 매일 오전 9시 출근해 정해진 퇴근 시간 없이 일을 한다. 업무 특성상 규칙적으로 주말에 쉴 수도, 별다른 취미생활도 없다. 지난달 첫딸을 얻었지만 아이를 돌보며 느끼는 행복을 느낄 틈도 없다. 김 씨는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기에 ‘돈 버는 기계’처럼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도 나빠지고 있다”며 “나 자신을 불행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 씨처럼 많은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고소득 남성들은 전반적으로 심리적 안정감(38.63점)이 응답자 전체 평균(59.39점)에 비해 20.76점이나 낮았다. 여가에 대한 만족도(32.35점) 역시 평균(51.99점)보다 크게 떨어졌다. 특히 불행한 고소득 여성들은 가족 관계, 건강, 여가에 대해 만족도가 고소득 남성보다 더 낮았다.
○ 사람이 개입된 경험을 사야
“코끼리 탈 때 무서웠어요, 아빠.”
직장인 박정민(가명·39) 씨는 요즘 6세인 딸과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여름휴가 당시 태국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악어와 코끼리를 보면서 함께 놀라고, 냄새가 난다며 인상을 찌푸리며, 먹었던 동남아시아의 열대과일인 두리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행복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박 씨는 “10년이 넘은 오래된 텔레비전을 바꾸기 위해 모았던 300만 원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 게 훨씬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는 단순히 경험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구입한 물건 혹은 경험에 다른 사람이 개입돼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예컨대 혼자 티켓을 사 영화를 보는 ‘고독한 경험’보다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 게임기를 사는 ‘사회적 물질’의 구매가 더 큰 행복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소비하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