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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의 정원의 속삭임]겨울에 더 가까이 해야 할 식물

입력 | 2015-12-10 03:00:00


겨울은 식물과 좀 더 가까이 해야 할 계절이다. 실내 공간에 매달아 키우고 있는 난식물.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겨울이 오면 우리는 목감기, 코감기를 달고 산다. 나 역시도 짧은 아파트 생활을 할 때 축농증과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다 환경을 바꾸라는 의사의 권유로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했다. 환경이 바뀌니 몸도 달라졌다. 천성적으로 호흡기가 약한 탓에 밀폐된 공간에서는 남들보다 먼저 숨쉬기의 곤란함을 느꼈는데, 안과 밖의 소통이 원활한 단독주택의 환경으로 옮기니 무엇보다 이 숨쉬기가 좋아졌다. 막연하게 그저 주거환경 변화가 생겨 나아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정원 공부를 하면서 이 모든 것이 식물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물의 잎은 대부분이 초록색이다. 우리 눈에 초록으로 보이는 이유는 엽록소라는 생체분자 때문이다. 이 단어는 1810년에 만들어진 과학용어다. 사실 당시만 해도 이 엽록소를 그저 잎에 있는 초록의 어떤 생체분자로만 여겼다. 하지만 1915년 식물학으로 최초의 노벨상을 수상한 독일의 리하르트 빌슈테터(Richard Willst¨atter)에 의해 이 엽록소가 빛을 흡수해 영양분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리고 성직자이자 교육자, 화학자였던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에 의해 또 다른 사실이 밝혀진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공기는 서로 다른 기체들의 결합인데 이 안에 ‘불완전연소체’라는 기체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동물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훗날 우리가 산소라고 부르게 되는 기체였다. 그런데 이 발견 속에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산소가 식물을 통해서 배출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875년 마침내 영국의 식물학자 윌리엄 시슬턴다이어(William Turner Thiselton-Dyer)에 의해 우리는 식물이 이산화탄소와 물을 흡수해 빛에 의해 광합성을 한 뒤 산소와 포도당을 만들어낸다는 화학적 공식을 얻어낸다.

최근에 식물들이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광합성 시기가 달라진다는 점이 밝혀졌다. 극심한 땡볕과 가뭄 속에 살아가는 사막식물들은 해가 떨어진 밤이 되어야 기공을 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리고 이 흡수된 이산화탄소를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간직했다가 이후 광합성 작용을 하고, 다시 밤이 되면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보통의 식물들이 낮 동안 햇볕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하는 것과는 다른 셈이다. 사막식물들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낮 동안 기공을 열게 되면 뜨거운 열기에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증발해 말라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자생지의 습성을 지니고 있는 사막기후식물(다육식물)을 우리가 실내에서 키우고 있다면 낮이 아니라 밤에 이산화탄소와 산소가 교체된다고 볼 수 있다.

식물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과학자가 아닌 우리가 이 모든 구체적인 과정과 지식을 다 알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식물이 어떻게 이 지구를 살아 있는 행성으로 유지시키고 있는지, 그래서 식물로부터 멀어지는 삶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꼭 알아둘 일이다.

종종 2시간 남짓의 강의를 마치고 나면 나는 극심한 갈증과 입술의 갈라짐, 그리고 무엇보다 두통과 안구가 따끔거리는 증상에 시달린다. 처음에는 막연히 막혀 있는 공간에 들어온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것 역시도 밀폐된 공간 속에 식물이 없이 그 많은 사람들이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일시적인 강의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겨울이 되면 우리의 집은 연료를 통해 인공적으로 따뜻함을 공급한다. 그리고 온 창문을 꽁꽁 닫아걸고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까지 막겠다고 문풍지도 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과 건조함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고 이게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역설적이겠지만 그래서 겨울에 우리는 좀 더 식물을 가까이 해야만 한다. 살아줄 수만 있다면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 공간 속에 식물을 좀 더 많이 놓아두는 것이 좋다. 다행히 실내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주는 식물은 의외로 많다. 아마존 유역이 자생지인 식물들,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들,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 전체에서 굳건히 자라고 있는 난이라는 식물까지! 겨울이기 때문에 훨씬 더 풍요롭게 식물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