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노총 20년’ 대해부] 대기업 정규직 위한 조직으로 변질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환기한 것은 ‘공(功)’이다.”(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해 20주년을 맞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공은 결코 작지 않다. 민주노총의 성장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궤를 같이한다. 노동자들의 고충을 조직화하고 체계적으로 이슈화하면서 노동계를 사회적 대화의 ‘파트너’로 올려놓은 것도 민주노총의 성과다.
○ 청년, 비정규직에게 외면받는 노조
이런 민주노총을 청년들도 외면한다. 앞으로 10년간 약 25만 명의 조합원이 퇴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규직 일자리가 하늘의 별 따기인 청년들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여기에 기존 조합원들이 나이가 들면서 조직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다. 양대 노총을 모두 거부하는 ‘제3지대’(상급단체 미가맹 노조)도 급속히 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 소속 민주노총 조합원의 지난해 평균 월급은 424만 원으로 근로소득 상위 10%(535만 원)의 80% 수준이었고, 전체 근로자 평균(341만 원·100인 이상 사업장)보다도 83만 원이 많았다. 특히 전체 임금근로자(100인 미만도 포함)의 평균 연봉은 3240만 원(월 평균 270만 원)에 그쳤지만 현대차는 9700만 원(월 평균 808만 원), 공무원은 5600만 원(월 평균 466만 원)이었다.
○ 정파 갈등 넘어 청년, 비정규직 속으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과 청년들을 대변하지 못한 것은 뿌리 깊은 정파 갈등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민주노총은 크게 △국민파(NL·민족민주) △중앙파(PD·민중민주) △현장파(PD) 등 3개 정파가 있다. 가장 ‘오른쪽’에 속하는 국민파는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권영길 전 위원장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단병호 전 위원장 등이 속했던 중앙파는 ‘중도’로 볼 수 있다. 반면 한상균 현 위원장이 속한 현장파는 민주노총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정파로, 총파업 등 전투적 노동운동을 추구한다.
이런 정파 갈등은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두고 1980년대 진보 진영에서 벌어졌던 ‘사회구성체 논쟁’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과 청년들의 고통이 현실화된 상황에서도 정파 갈등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는 것. 이런 흐름에서는 조직의 협상력과 영향력을 높일 전략을 고민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제 민주노총이 ‘성인’다운 책임감과 개혁성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정규직과 청년을 더욱더 대변하고, ‘내셔널센터’(산별노조의 전국 중앙조직)로서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파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질된 것은 문제”라며 “정파 스스로 성찰을 하고, 정파 간 연합도 시도하는 등 ‘노조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