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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vs 스님 ‘인간벽’ 극한 대치 진입직전 총무원장 호소로 중단

입력 | 2015-12-10 03:00:00

[한상균 체포 또 연기]
조계사 곳곳 충돌… 긴박했던 하루




9일 오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에 투입됐던 경찰이 철수하고 있다. 한 위원장 체포 작전이 하루 연기되면서 조계사에 배치됐던 경찰 8000여 명 중 700여 명만 남아 조계사 주변을 지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9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중인 조계사 관음전 주변은 하루 종일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였다.

이날 경찰이 통보한 체포영장 집행 시간인 오후 4시가 가까워질수록 관음전 주변 긴장감은 높아졌다. 오후 2시 10분경 조계사 측은 충돌에 대비해 대웅전 앞마당에서 관음전 2층으로 연결된 구름다리를 분리했다. 관음전 1층 출입구도 모두 잠갔다. 오후 2시 50분부터 조계종 스님과 종무원 등 200여 명은 한 위원장 검거를 저지하기 위해 “공권력 투입 반대”, “평화적 해결” 피켓을 들고 관음전 주변에 집결했다. 스님들은 항의의 의미로 목탁을 두드렸다. 이들을 향해 보수단체 회원 20여 명은 “한상균을 체포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오전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시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음전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관 1000여 명을 조계사에 투입했다. 13년 만의 종교시설 진입이었다. 이들은 관음전 주변을 에워쌌다. 조계사 밖에는 경찰관 7000여 명이 조계사로 진입하는 출입통로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민주노총 관계자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경찰은 한 위원장의 투신에 대비해 수십 개의 매트리스도 관음전 주변에 설치했다.

경찰은 오후 3시 17분 관음전 서문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조계종 스님과 직원 200여 명은 스크럼을 짜고 “여긴 절이다. 경찰은 나가라”며 맞섰다. 경찰은 한 차례 물러난 다음 30분이 지나 조계종 관계자를 한두 명씩 끌어냈다. 연행 과정에서 조계종 관계자와 경찰 간에 고성이 오갔다. 오후 4시 4분경 서문 출입구를 장악했다. 관음전 주변을 둘러싼 조계종 관계자의 ‘인간벽’도 해체됐다. 같은 시각 경찰이 조계사 주변 경비를 강화해 민주노총 조합원 등은 관음전 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 조끼를 입은 사복차림의 경찰 검거조는 관음전 출입구를 확보하고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준비를 마친 후 조계종 측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 위원장에게 제안한 오후 5시까지 집행을 기다렸다. 오후 5시가 되면 종로경찰서 수사과 직원들이 체포영장을 들고 검거조와 함께 관음전으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경찰이 행동 개시에 막 나서려는 순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기자회견 소식이 들려오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오후 5시경 자승 총무원장은 한 위원장 은신 이후 처음 성명을 내놓고 “영장 집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일(10일) 정오까지 거취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조계종의 발표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시시각각 상황을 점검하고 있던 경찰청 지휘부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수사국장, 정보국장, 경비국장 등은 30분간 숙의한 끝에 “큰 종교계 지도자이니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직접 시간을 정해 해결하겠다고 하니 여기서 더 밀어붙이면 충돌만 야기할 뿐”이라며 “단, 총무원장이 약속한 시간을 넘기면 가차 없이 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체포 명령만 기다리던 검거조에도 “내일 정오까지 연기한다”는 지시가 전달됐다. 검거 작전이 연기된 뒤 경찰은 관음전 주변 30명 등 병력 700여 명만 현장에 남긴 채 철수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체포 작전에 돌입하자 “즉각 총파업과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며 반발했다. 경찰의 체포 작전이 벌어지던 오후 5시 10분경 민주노총 조합원 30여 명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경찰 체포 작전에 항의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대한불교청년회 회원 등 100여 명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동체대비 법회’를 열고 경찰 대응을 비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박훈상·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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