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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헤인즈 “아들 덕분에 나도 뽀로로 광팬”

입력 | 2015-12-10 03:00:00


프로농구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애런 헤인즈(오리온)가 경기 고양시 집 주변 공원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헤인즈는 “아내에게만 하는 건데 처음 공개한다”며 쑥스러워했다.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조니 맥도웰(전 현대)의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7077점)을 갈아 치우며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자리매김한 애런 헤인즈(34·오리온)에 대한 기사들을 읽어 봤다. 8시즌 동안 그가 국내 코트에서 보여준 기록과 경기력에 관한 내용이 전부였다.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에 대한 기사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헤인즈를 만났다. 역시 몰랐던 게 많았다. 커피숍에서 만났지만 헤인즈는 커피 대신 물만 마셨다. 자신의 몸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었다.

그는 한국을 무척 사랑한다고 했다. 한국은 그에게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곳이기 때문이다. 헤인즈는 “한국 프로농구는 나를 ‘소년’에서 ‘남자’로 바꿔줬다”며 “여기서 결혼도 하고, 아들도 얻고, 우승도 해봤다. 그러면서 삶의 우선순위도 가족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농구가 더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헤인즈의 부인 카라 헤인즈(왼쪽)와 아들 애런 헤인즈 주니어가 지난달 7일 고양실내체육관을 찾아 헤인즈의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7077점) 달성을 축하했다. KBL 제공

크지 않은 몸집에도 득점은 물론이고 리바운드까지 많이 잡아내는 것 역시 한국 농구 문화와 정서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지도했던 국내 감독들을 자신을 키워 준 은인이라고 치켜세웠다. 2008∼2009시즌 삼성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에 첫발을 디딜 때 감독으로 만난 안준호 전 KBL 전무에 대해 헤인즈는 “안 감독께서 내 몸매가 군살 없이 좋다고 칭찬해 줬다. 그 뒤로 비시즌 때 잔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을 많이 했고, 그러면서 덩치 큰 선수를 빠르게 피해 다니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비스에서 만난 유재학 감독에 대해서는 “한국 선수든 외국인 선수든 책임을 공평하게 묻고 곧바로 실수를 수정하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SK 문경은 감독에게 역습과 속공 농구를 배웠고,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무력화시키려는 상대의 움직임을 어떻게 피해갈 건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주셨다. 농구를 새롭게 알았다”고 했다. 또 “1년을 함께 코트에서 뛴 이상민 삼성 감독에게서 경기 운영 노하우를 배웠다.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헤인즈는 “이 모든 도움 덕분에 이제는 체스를 두듯 수를 먼저 읽는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요즘 그는 만화 캐릭터인 뽀로로와 태극기, 독서에 푹 빠져 있다. 헤인즈는 “내가 농구를 하는 이유가 된 아들이 뽀로로 광팬이다.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태극기에 관심이 커진 것도 아들 때문이다. 헤인즈는 “오리온 기념 사인볼이 태극기 형상인데 그것을 기억하는 아들이 길거리를 가다 태극기만 보면 너무 좋아한다. 아들 때문에 나도 이전과는 다르게 태극기를 보는데 매번 ‘한국 오기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인 헤인즈는 요즘 하브 에커가 쓴 책 ‘백만장자 마인드의 비밀’을 정독하면서 한국에서 펼칠 농구 인생 또한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한국 농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그래서 커졌다고 한다.

헤인즈는 “책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하는데 농구 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빠듯하지만 여유를 가질 정도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부의 가치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는데 그런 면에서 지금 한국 생활이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어떻게든 한국에 보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의 말과 손짓에서 충분히 느껴졌다.

“내 농구 인생에서 한국 농구를 돕는 몫도 있다고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긍정적으로 일조하고 싶습니다.”

한국 대표팀 선수로도 뛰고 싶은 마음까지 살짝 내비친 이 친구, 만나길 잘한 것 같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