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심사위원들이 평한 응모작 흐름 총 2005명이 5706편 응모… 시조는 작년보다 63편이나 늘어 젊은이들 기성세대 반발 내용 많아… 장르소설 특성 판타지 히어로 작품도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작품을 검토하는 심사위원들. 올해는 세대 갈등과 빈곤의 문제, 위기의 가족 등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올해 응모자는 총 2005명. 편수는 모두 5706편이다. 분야별로는 중편소설 290편, 단편소설 498편, 시 3969편, 시조 483편, 희곡 84편, 동화 257편, 시나리오 82편, 문학평론 11편, 영화평론 32편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시조가 63편 늘었고 다른 부문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도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 이메일로 응모작을 보내왔다.
예심에는 시인 김경주 김민정 씨(시 부문), 소설가 김숨 박성원 씨와 평론가 조연정 씨(중편소설), 소설가 백가흠 윤성희 이기호 편혜영 씨(단편소설), 영화감독 정윤수 씨와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시나리오)가 참여했다.
수년간 두드러진 경향이었던 ‘가족 서사’도 여전히 강세였다. 소설가 백가흠 씨는 “팍팍해진 사회 현실과 더불어 가족 관계의 분열을 그린 응모작이 많았다”고 말했다. 평론가 조연정 씨도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사람, 기러기 아빠, 이혼 등 가족 해체를 다룬 소설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정윤수 감독은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족의 따뜻한 온기에서 위로를 찾으려는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민정 시인은 응모작에 대해 “희망이나 바람을 보여주기보다 절망적인 현재 상태나 미래를 드러내는 작품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독특한 개성과 색깔을 담은 작품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면서도 “시를 사랑하고 시인이 되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경주 시인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면서 전체적인 시적 균형에 공을 들인 작품을 가려 뽑는 데 주목했다”고 밝혔다.
소설가 편혜영 씨는 “도입부에서 정작 하려는 얘기가 늦게 나와 몰입도가 낮은 경우가 많았다”고 평했다. 소설가 윤성희 씨도 “서사가 뚜렷하지 않은 작품이 많았던 게 하나의 경향으로 볼 만한데, 이런 분위기가 알레고리(상징)로 연결되는 작품은 드물었다”고 말했다.
장르소설의 특성과 혼재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소설가 박성원 씨는 “화제가 된 영화 ‘어벤져스’나 ‘마블코믹스’ 만화의 영향으로 판타지 히어로가 등장한 소설이 보였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숨 씨는 “메르스의 여파로 전염병을 소재로 삼은 소설을 비롯해 물리학과 의학에 기반을 둔 장르소설 성향이 적지 않게 보였다”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