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뮤지컬 흥행 대전에서 순항중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특징 중 하나는 디테일한 무대소품이다. 잘린 다리, 불에 탄 시체, 검붉은 피….
진짜처럼 실감나게 만들어진 이런 소품들은 이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막 후반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참수된 앙리 뒤프레의 머리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 빅터의 손에 들린 앙리의 잘린 머리는 캐스팅에 따라 다르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알아챘겠지만 앙리 역을 맡은 세 배우(박은태, 한지상, 최우혁)의 캐스팅 일정에 따라 이들의 얼굴을 그대로 본 딴 소품 머리를 사용하는 것. 김린아 소품팀장은 “잘린 머리는 치아 모형 제작 시 사용되는 알지네이트로 앙리 역의 배우의 얼굴 본을 각각 떠서 실리콘 재질의 머리모형을 만들었다”며 “원년 멤버인 박은태, 한지상은 초연 때 뜬 본을 다시 사용하고 있고, 이번에 처음 합류한 최우혁만 새로 본을 떴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얼굴 본을 뜰 때에는 알지네이트로 얼굴을 다 덮은 뒤 굳을 때까지 3~6분간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배우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빨대를 입에 물리거나 코 부분에 숨구멍을 뚫어준다“고 설명했다.
소품 중에서도 인체모형(더미)은 디테일의 정점을 찍는다. 1막 초반부 전쟁터에서 신체접합술의 1인자인 앙리는 다리가 잘린 적군을 구하려고 한다. 이 때 앙리의 손에 적군의 잘린 다리가 들려 있는데, 잘린 부분의 근육과 뼈대, 피 등 실감나는 인체모형(더미)이 소품으로 사용된다. 김 팀장은 ”초연 때는 마네킹을 활용했는데 아무래도 가짜 느낌이 나 이번 공연부터는 실리콘 재질의 더미를 제작해 사용 중“이라며 ”단순히 다리 겉모습 뿐 아니라 절단면의 근육, 잘린 관절, 뼈대 부분까지 세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1막 중반부에 어린 빅터가 흑사병으로 죽은 엄마의 화장된 시체를 다시 집으로 끌고 오는 장면. 침대 위에 누워진 불태워진 시체 역시 눈에 띄는 소품이다. 김 팀장은 ”불에 타 손발이 오그라든 디테일까지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실리콘재질의 인체모형에 옷을 입히고 실제로 불에 그슬려 만들었다“며 ”이 소품을 만드는 동안 소품작업실에 오징어 태우는 냄새가 진동해 고생했다“고 웃었다.
공연 내내 살인이 등장하다보니 ‘피’ 역시 중요한 소품이다. 양희선 분장감독은 ”영화에서는 특수 분장을 할 때 주로 식용색소와 물엿, 커피가루를 섞어 가짜 피를 만드는데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붉은 색깔의 수채화 물감과 녹말 물, 커피가루를 섞어 피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피를 몸에 묻힌 배우들이 금방 피를 닦아낸 뒤 다음 장면에 등장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지워지는 성분으로 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