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산층 인구가 반세기여 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가 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의 확산으로 20세기 ‘아메리칸 드림’의 토대였던 미국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 퓨리서치센터(PRC)가 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중산층 인구 비중은 49.9%로 1971년의 61%에서 11%가량 감소했다. 44년 만에 중산층 인구의 비중이 절반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고소득층은 21%로 7%포인트가 늘었고, 저소득층은 29%로 4%포인트 줄었다.
총소득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중산층 붕괴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1970년 62%였던 중산층의 비중은 2014년 43%로 19%포인트가 하락했다. 저소득층의 비중도 10%에서 9%로 1%포인트 더 줄었다. 반면 고소득층의 비중은 29%에서 49%로 20%포인트나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 소득통계는 1970~2014년, 인구통계는 1971년~2015년을 적용해 약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중산층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의 타격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중산층 소득중간값은 2000년에 비해 4%가 줄었고 순자산(총자산-부채)은 2001~2013년 2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 미 고소득층의 순자산(32만3402달러·이하 중간값)은 중산층의 순자산(9만5879달러)에 비해 3배 정도 많았으나 2013년엔 65만 달러 대 9만8000달러로 7배나 많아졌다. 40년 사이 그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PRC는 이번 조사에서 중산층의 기준을 연간 총소득 중간값을 놓고 적게는 그 3분의2 이상, 많게는 2배 이하를 벌어들이는 가구로 정의했다. 3분의 2 미만은 저소득층, 2배 이상은 고소득층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은 3인 가구 기준 지난해 연간소득이 4만2000~12만6000달러가 돼야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사로 기술변화와 세계화가 승자와 패자 간 격차만 더 벌여놨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게 대두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사회에 ‘중산층 되살리기’ 논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인 5명 중 1명 평생 ‘빚 굴레’를 못 벗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신용카드 조사업체인 크레디트카드닷컴이 프린스턴서베이리서치에 의뢰해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죽을 때까지 빚을 다 갚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21%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2013년 9%, 2014년 18%보다 높아진 것이다. 또 빚이 있는 미국인의 약 절반(48%)은 60대가 되도 빚을 털어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