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나경원, 김용태, 김성태 의원 등 전·현직 서울시당 위원장 3명은 10일 당내 간판급 인사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서울 ‘험지(險地)’ 출마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서울 승리를 위한 자기헌신과 희생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험지’란 야당이 현역의원으로 있는 지역구를 지칭한다.
이들은 “서울 지역 국회의원 48석 중 31석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라며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절대 소수 야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교육감·국회의원·구청장·시의원으로 연결된 새정치연합의 5인 1각의 커넥션은 새누리당으로서는 넘기 버거운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당의 기둥’이라며 지목한 7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 이혜훈 전 최고위원,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이다.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 조 전 수석과 이 전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서초갑에 출마를 선언했고 안 전 대법관은 14일 부산 해운대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안철수 새정치연합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출마설이 돌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황식 전 총리는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비박(비박근헤)계 의원들이 줄곧 주장해 온 험지출마론은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물갈이론에 맞서 나온 것이지만 점차 계파를 불문하고 중진급 인사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쪽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앞서 김용태 의원은 김무성 대표에게도 험지 출마를 요구했었지만 김 대표는 2일 “내 지역구(부산 영도) 주민들에게 심판받겠다”며 선을 그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