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베트남산 철근 수입… 국내 건설사에 구매의사 타진 “업계 맏형이 외국산 수입 앞장”… 11개 철강노조 “항의집회 열것”
10일 건설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판매 계열사인 포스코P&S 등을 통해 국내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들과 2, 3차 철강 유통업체들에 베트남산 철근과 H형강의 구매 의향을 타진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포스코P&S로부터 구매 제안을 받았다”며 “아직 베트남산 철근의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등의 이유로 우리 회사와의 거래는 불발됐지만 여러 건설사에 구매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트남산 철근 가격은 t당 약 51만 원으로 중국산(약 38만 원)과 일본산(40만∼45만 원)보다 비싸지만 국산(약 54만 원)보다는 싸다. 포스코는 10월 베트남산 철근 3200t, 11월 철근 4700t과 H형강 3200t 정도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동남아 건설 수요를 겨냥해 2012년 연산 100만 t 규모의 철근 및 형강 공장을 착공하고 3년간 6억 달러(약 7080억 원)를 투입했다. 1월 가동을 시작했으나 현지 수요가 부진해 남은 물량을 국내로 가져왔다. 포스코가 수입하기로 한 철근 물량은 연간 10만 t으로 지난해 국내 철근 내수 규모 907만 t의 1%를 약간 웃돈다. 포스코의 베트남산 철근 수입이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자 포스코 측은 “국내 유통시장에 철근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다.
한 회원사 노조 관계자는 “대부분 철근업체들이 포스코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만큼 섣불리 반발했다가는 원료를 못 받을까봐 눈치를 보고 있다”며 “포스코가 국내시장에 철근을 풀면 항의 집회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최근 저가 중국산 철근 수입이 늘어나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소업계의 반발은 더 거세다. 철노협 관계자는 “업계 ‘맏형’이자 한국철강협회 회장사인 포스코가 외국 철강재를 들여오면서 중국산 철강재 수입을 반대할 명분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건설업체 등에 철근 구매를 제안한 사실을 부인하며 “베트남산 철근은 포스코 공장과 포스코건설 건축 자재용 등 그룹 내 수요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