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그제 성황리에 송년 세미나와 오찬 모임을 가졌다. 매달 한 차례 여는 세미나에 평소엔 30명 정도만 참석하는데 이날은 50여 명이나 모였다. ‘노동시장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 지금 결단해야 합니다’가 세미나 주제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해 법안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결선투표제 같은 공천 룰 문제도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오찬에서는 이주영 의원의 선창으로 참석자들이 건배사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빈체로(vincero)”를 외쳤다. 빈체로는 이탈리아어로 ‘승리’라는 뜻이다.
같은 날 19대 국회는 마지막 정기국회의 문을 닫았다. 그러나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핵심 법안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당이 소집한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동안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그 나름으로 애를 썼다. 그러나 명색이 박근혜 정권 창출의 핵심 세력이자 박 대통령을 위한다고 자부하는 친박 의원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친분이 있는 야당 의원들의 옷소매를 붙들고 법안 처리를 설득하거나 협조해 달라고 읍소해 본 사람이 있으면 손들고 나와 보라. 지금 한가하게 계보 공부모임이나 할 때인가.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높은 편이니 총선 국면에 접어들수록 친박, 심지어 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처하는 의원들도 늘어날 것이다. “빈체로” 건배사를 보면 혹시 임박한 공천 싸움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기 위해 공부를 빙자한 모임을 가진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든다. 친박 모임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는 방안을 놓고 세미나를 연 적도 있다. 모임의 이름과 성격을 ‘국가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차라리 ‘친박 경쟁력 강화’로 바꾸는 게 어떤가.